이명박 대통령이 62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여권 쪽에는 왜 이광재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으로 강원과 충남 지사에 각각 당선된 두 사람은 45세의 젊은 나이에 도전정신을 발휘해 이번 선거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씨와 안 씨는 386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의 40대 두 지사를 언급한 것은 그들의 젊은 활력과 야당의 활발한 세대교체를 부러워하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영향 때문인지 한나라당의 714 전당대회에도 젊은 후보들이 당 지도부 경선에 대거 나섰다. 하지만 후보들의 나이가 젊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성공한 세대교체라고는 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왜 외면당했는지를 뼈저리게 반성하며 세대교체 이전에 당 구성원들의 의식과 체질()부터 근본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우리는 본다.
이 대통령부터 민주당을 부러워하거나 인재가 없다고 탄식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하늘은 군주를 위해 인재()를 낳아주지 않고, 목수를 위해 재목()을 만들어 않는 법이다. 인재를 필요로 하는 지도자나 집단이 스스로 인재를 찾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부터 대선 이전에 알았거나 대선 때 도왔던 사람들만 돌려쓰는 회전문 인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인재를 널리 찾지 않은 책임을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인재부족론을 꺼내면 숨어있는 인재들은 냉소를 보내기 쉽다. 이 정권에는 국민이 531만표차를 만들어준 대선 결과를 전리품이나 되는 양 착각하고, 국민의 진정한 부름이 무엇이었는지 망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정개편을 앞두고서 우리 몫 갈라먹기와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 지키기에만 골몰한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어제 TV로 생중계된 한나라당의 714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당지도부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쇄신을 주장했다. 정작 무엇을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비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후보는 별로 없었다.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계파의 지지에 기대거나 양쪽에 적절히 다리를 걸치려는 듯한 후보는 보여도 한나라당의 위기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그들만의 정치를 혁파하고 진실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국민 속으로 몸을 던질 것 같은 모습은 누구한테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제지표가 호전됐다지만 서민의 삶은 약하고 힘들기만 하다. 집권여당이 선거패배 전이나 후나 다름없이 계파간 밥그릇 싸움이나 벌이면서 이를 쇄신으로 포장하려 한다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민생현장을 찾아 국민의 하소연을 듣고 그늘진 곳에서 눈물 흘리는 서민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헌신적인 정치인상이 필요하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바로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앞장세워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투쟁도 마다지 않는 강한 체질이 돼야 한다.
감동 없는 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국민 속에 들어가 낮은 곳의 국민을 품고 이들에게 희망을 던지는 실천적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