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도 1년 전에 발생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나마 국내 수사기관이 추적해 밝힌 사건의 전모가 지금까진 가장 신뢰성이 높다.
7일은 지난해 국내 대형 포털과 청와대 등 20여 개 사이트를 마비시킨 디도스 공격이 시작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정석화 수사팀장은 6일 일부 외신 등이 북 배후설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디도스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바 있다.
그에게 북한이 공격했다고 확신하느냐고 재차 물어봤다. 그는 단정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팩트(사실)는 공격의 진원지가 북한 체신성이 중국으로부터 할당받은 인터넷주소(IP)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공격 방식 역시 개인 수준이 아니라 최소한 수십 명의 집단이 할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북한 체신성 IP에서 공격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의 이모 경위는 이 공적을 인정받아 연말에 경감으로 1계급 특진했다. 어떻게 공격의 진원지가 북한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보안 사안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발족하고 10여 년간 쌓아온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디도스 공격 1년을 맞아 2차 공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 팀장은 4월설, 5월설이 있었지만 지금껏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도 다만 공격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공격 명령을 지시한 서버 중 하나가 국내에서 공격을 담당했던 좀비PC들에 저장된 파일목록을 모두 복사해 갔다며 2차 공격을 위해 한국인들의 컴퓨터 활용 성향을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차 공격 시 더 많은 컴퓨터를 좀비PC로 만들기 위해 한국인이 자주 이용하는 파일을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대응책은 없을까. 정 팀장은 아무리 최신 버전의 백신 프로그램을 깔더라도 좀비PC가 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뱅킹 등에 사용하는 방화벽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도스 공격 수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정 팀장은 우리가 국내에서 수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면서도 공격의 진원지가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중국의 IP인 만큼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공격의 배후를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진우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