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고쿠 요시토() 일본 관방장관은 7일 한일청구권협정이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정치적인 방침을 정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자 등 개인청구권이 모두 소멸했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현 정부가 새로운 개인 보상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내각에서 관방장관은 총리에 이은 2인자이자 내각의 공식 대변인이다.
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센고쿠 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징용자 등 전후처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한청구권협정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법적으로 끝났다는 입장 때문에 한일 관계가 나빠진다면 정치적으로 개선 가능한 방침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센고쿠 장관은 이어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이 군사독재 시절이었음을 지적하면서 한국 내의 일이라고 해서 우리는 일절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구체적인 보상 과제에 대해 메뉴는 상당수 있다며 한반도 출신 강제징용자의 유골 반환 문제와 한국에서 유출된 문화재 반환 문제, 재한() 피폭자 문제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역사적 사실을 하나하나 직시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해결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본인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되는 일본의 전후 보상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번번이 제자리걸음을 걸어왔다. 한일협정 당시 일본 측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민간 차관 3억 달러를 한국에 제공하면서 개인의 청구권에 관해서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고 명문화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인 징용자 등이 개인 자격으로 배상을 청구할 때마다 양국이 합의한 한일협정에 따라 배상 문제는 종결됐다는 방침을 되풀이해 왔다. 한편 센고쿠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는 8일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센고쿠 장관의 전후처리 언급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당히 전향적인 언급이라며 (단순히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견해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