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의 후유증이 커지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 실수요자의 거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는 기존 423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추가대책을 준비해 이달 내놓을 계획이다.
우선 423 대책에서 전용면적 85m 이하와 6억 원 이하라는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던 것을 둘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출규제 완화는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새 집에 입주를 못하는 사람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에게 융자를 지원해주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초과분을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국민주택기금 중 1조 원 범위 내에서 주택구입자금을 가구당 최대 2억 원까지 융자해주기로 한 것과 별도로 이 기금에서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정도 대책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정부 내 공감대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꽉 막힌 거래의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가격안정을 유도하면서도 실수요자들이 쉽게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펴야 부동산 시장의 마비상태가 풀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TV와 DTI 등 금융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강남 집값 안정 목적에서 접근하고 있는 DTI규제에 대해 완화가 필요하다며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상환 능력과 집값 향방, 부실 가능성 등을 따져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DTI는 그대로 두고 현재 다소 낮은 LTV만 높이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섣부른 금융규제 완화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주택시장만 생각해 DTI규제를 풀어선 안 된다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무리하게 금융규제를 완화하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자칫 또 다른 가격상승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규제를 뺀 다른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특히 세금이 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올해 말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제의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만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정책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민간이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역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급방식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법은 경기 회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소장은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환경이 안정되면 부동산 거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게 하면서 소득을 빨리 증가시키고 계층 양극화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