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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웹기록서 동영상까지 나보다 나를 잘아는 빅브라더 (일)

e메일-웹기록서 동영상까지 나보다 나를 잘아는 빅브라더 (일)

Posted August. 12, 20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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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노현택 씨는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e메일을 보고, 일정을 확인한 뒤 약속장소를 지도에서 검색하고 뉴스도 읽는다. 이 과정에서 노 씨는 미국의 인터넷기업 구글의 e메일과 주소록, 캘린더(일정관리), 지도,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쓴다. 대신 구글은 노 씨의 약 1만2000여 e메일을 분석해 직업과 관심사를 추정하고,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통해 자주 찾는 장소를 파악하며, 어떤 뉴스를 읽는지 보고 노 씨가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보여준다.

물론 구글은 노 씨에게 A4 용지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약관과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동의해 달라 요청했다. 노 씨는 구글이 수집하는 정보가 많아 보였지만 나쁘게 쓸 것 같지 않아 약관을 읽지 않고 그냥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많은 개인정보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에 흘러나가고 있지만 관리감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시국가 수준의 정보수집

10일 한국 경찰이 구글코리아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구글이 무선랜(Wi-Fi)을 타고 흐르는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해외에 본사를 둔 인터넷 기업을 압수수색하는 게 과연 의미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구글은 모든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고 밝혀왔다며 구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압수한 자료에는 아무 내용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 없는 인터넷은 개인정보 유출 등을 감독할 정부의 권한마저 넘고 있다. 구글 외에도 페이스북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회사들이 국내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해외 서버에 저장한다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 구글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과 종류부터 압도적이다. 개인의 검색기록, e메일, 일정, 위치정보, 사진과 동영상 등을 쌓아놓는데, 이를 이용해 사용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누구와 친하며 어디를 가는지 파악한다. 물론 구글 직원이 직접 사용자 개인정보를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구글이 정확히 무슨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른다. 구글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 5억 명 가입자의 인맥을 파악해놓은 상태고, 애플도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통제할 수단이 없다

문제는 이들을 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기술적 문제 때문인데 구글의 경우 사용자 정보를 세계에 걸쳐 흩어져 있는 수십만 대의 서버컴퓨터에 조각조각 나눠 저장한다. 수십만 대의 컴퓨터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슈퍼컴퓨터처럼 쓰는 기술 덕분이다. 따라서 전산실 압수수색 등의 옛 수사기법으로는 구글의 내부를 강제로 들여다보는 게 불가능하다. 구글 스스로 제출한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 외에는 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구글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에 앞서 개인정보 문제를 조사하던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코리아가 e메일로 제출하는 자료 대신 미국 본사를 직접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고자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나마 구글은 한국 지사라도 있지만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한국 지사도 없어 개인정보 침해 피해라도 일어나면 해결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보보안업체 시큐베이스의 이경호 사장은 해외 인터넷 기업이 수집한 국내 사용자 정보가 엄청난데 국내에선 이런 정보수집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