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세계경제가 호황이던 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4.75%로 3.75%포인트 올렸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 4.62%에서 4.85%로 0.23%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논평하면서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는 말이 생겼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인 것이 정책금리와 시장금리를 따로 놀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 채권시장도 비슷하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데 이어 연내 추가 인상 방침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어제까지 사흘 연속 급락해 1년 4개월만의 최저치인 연 4.13%로 낮아졌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에 편중된 보유외환 운용을 다변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채권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외국인 투자가들도 중국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한국 채권 매입을 확대하면서 시장금리를 끌어내렸다.
6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4543억 달러로 압도적 세계 1위다. 2위인 일본(1조502억 달러)의 2배를 넘고, 6위인 한국(2742억 달러)의 9배에 가깝다. 경제 위상이 급상승한 중국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자원개발에 나서거나 기업 및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금융시장 영향력도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매입한 우리 국채는 4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봐야 중국 외환보유액의 0.2%에도 못 미친다.
차이나 머니의 입김이 커지면서 우리 정책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중국 투자가들이 계속 채권을 사들이면 통화정책의 약발은 한계가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중국 정책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우리 채권과 주식을 한꺼번에 내다팔아 자금을 빼 갈 때의 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차이나 머니의 한국진출은 경제적 이유와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변수까지 감안한 영향력 강화라는 포석이 깔려 있을 수 있다. 해외변수에 쉽게 출렁이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국은 항상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보 같은 안전망을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