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3차 발사 합의 여부를 놓고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져 재발사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규명할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Failure Review Board) 제3차 회의가 끝난 뒤인 15일 한-러 양측이 나로호 3차 발사를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이르면 내년 발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로호 1단 제작사인 러시아 흐루니체프는 16일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 3차 발사 가능성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알렉산드르 보브레뇨프 흐루니체프 공보실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러 조사회의든, 별도 회의든 간에 회의 결과 작성된 어떠한 공식 프로토콜(의사록)에도 나로호의 3차 발사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보브레뇨프 실장은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명확히 규명한 뒤에야 3차 발사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25일 한-러 양측이 나로호 3차 발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 맞다면서 이 같은 내용은 의사록이 아니라 별도 협의록에 기록했으며 흐루니체프 측 대표의 서명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3차 발사에 관한 내용은 정책적인 문제인 만큼 별도의 협의록(conclusion of discussion)을 만들어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나로호 2차발사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나로호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나로호 3차 발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흐루니체프를 자극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보브레뇨프 실장도 러시아 언론 매체 때문에 흐루니체프가 곤란한 지경에 빠져 한-러 공동조사위원회의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9년간 흐루니체프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가까이서 지켜봐왔다면서 흐루니체프가 3차 발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보브레뇨프 실장도 나로호 3차 발사 가능성 여부에 대해 원인 규명이 끝나면 3차 발사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현경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