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올해 생산된 햅쌀 가운데 수요량 이상의 물량을 전량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끝도 없이 하락하는 쌀값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쌀 소비는 줄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80kg 한 가마에 14만4000원 선이었던 쌀값은 8월 13만2000원 선까지 추락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확기 전에 대책을 발표한 것은 쌀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쌀값에 대한 심리적인 안정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기 효과는 있겠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정부가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쌀은 약 55만81만 t. 농식품부는 수요 이상의 물량은 정부가 책임지고 매입하기 때문에 농가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입 물량은 정부 및 농협, 민간 물류회사의 창고에 보관하고, 보관비는 정부가 보전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쌀 보관에는 10만 t당 연간 155억 원의 비용이 든다.
매입 물량만큼 늘어난 재고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t을 넘어선 쌀 재고량은 올해 149만 t에 달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20052008년산 쌀에 대한 긴급 처분에 착수한다. 20052008년산 쌀은 주로 가공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입쌀만을 사용했던 쌀가루도 국산 쌀로 만들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2005년산 쌀가루는 kg당 280원에, 20062008년산은 kg당 355원에 공급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가공비용(kg당 500원)을 더해도 밀가루(kg당 768원)와 비슷한 수준이 돼 쌀가루 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는 농지를 매입하고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등 쌀 생산 감소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이번 대책으로 올해 쌀값 하락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쌀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부 전문가, 농민단체,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태크스포스를 구성해 쌀 생산 및 수요 관리, 소득안정, 소비촉진 등의 종합적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북지원은 일단 제외
관심을 모았던 대북() 쌀 지원 문제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북 쌀 지원이 이번 대책에 포함될지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열렸던 쌀 관련 당정협의에서도 대북 쌀 지원문제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정협의에서 대북지원 문제가 논의는 됐지만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이 문제를 제외하고 쌀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대북 쌀) 지원이 되는 정치 상황이 되기를 기대하지만, 부처로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 쌀 지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