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자동차 업계에 파업 없는 여름이 찾아오자 매년 불규칙한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던 관련 중소기업이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원청회사의 파업 때문에 공장을 쉴 때도 꼬박꼬박 나가던 수억 원의 고정비를 올해는 아낄 수 있었고,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스트레스나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도 크게 줄었다.
1일 동아일보가 접촉한 중소 협력업체 사장들은 자동차회사 노조가 파업을 하면 우리도 공장을 놀릴 수밖에 없지만 놀아도 고정비는 그대로 나갔다며 매년 7, 8월이면 파업 때문에 고정비 2억3억 원의 손실을 입었는데 올해는 이 부분이 없어져 경영애로가 한층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기준 자동차 산업군 내 중소기업들이 한 달 동안 조업을 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약 1조1596억 원에 달했다. 고정비는 감가상각비, 보험료, 임차료, 이자비용, 노무비 절반을 포함한다. 완성차 제조사가 한 달간 파업을 하면 중소 협력업체는 이만큼의 돈을 고정비로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공장이 서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것도 문제였다. 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에 도금부품을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 SKC의 신정기 대표는 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죽기살기 분위기로 봉급을 깎고 종이 한 장 쓰는 데도 잔소리를 하게 되니 직원들 사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파업을 안 하는 것이 납품단가 올려주는 것보다 우리 처지에서는 더 고마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현지 장강명 nuk@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