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후보자는 청문회가 낳은 청문회형 총리 후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대교체형 총리로 40대 김태호 후보자를 내세웠다가 청문회를 전후해 잇따라 터져나온 도덕성 시비로 낙마한 뒤 새 총리후보자의 제1기준이 도덕성 처럼 돼버렸다. 김황식 후보자는 대법관을 지낸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7월 감사원장에 지명돼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인준투표를 두 번씩이나 통과한 인물이다. 역대 37명의 총리 가운데 최초의 전남(장성)출생이어서 야당에서도 비토가 약할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총리를 공석상태로 오래 놓아둘 수 없는 형편이지만 김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정책수행 능력 검증을 대충 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김 후보자의 경우 재산증식이나 도덕성과 관련한 의혹은 많지 않아 보이나 시력에 의한 병역면제 경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군에 갔다온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새 총리후보자의 병역면제 과정에 위법 부당함은 없었는지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인선배경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천명한 공정한 사회 구현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공정한 사회가 감사원장 출신이나 도덕성에 시비가 없는 무난한 인물을 내세우는 것으로 절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중요하다.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변 가능성과 지속적인 성장동력 창출, 양극화 해소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각부를 통할해야 하는 총리의 책무가 무겁다. 감사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평생 사법부에서 법조문을 따지면 보낸 그가 총리로서 행정업무에 얼마나 역량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우리나라의 정부구조에서 총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서민정책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관해 총리가 소통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분야가 많다. 이번에야 말로 총리의 행정수행 능력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청문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 전 총리가 사의를 공식표명(7월29일)한 이후 49일 동안 총리공백 사태가 계속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일정상 내달 초에나 임명될 수 있을 것이다. 김 후보자가 도덕성과 정책능력 양면에서 높아진 검증의 벽을 통과해 정부조직을 속히 안정시키고 국정의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라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