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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북의 금강산 궤변

Posted September. 27, 20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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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지 인근 해변에서 북한 초병이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를 사살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한 계기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불응했다. 금강산관광 사업의 중단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다. 북한은 방귀 뀐 놈이 화를 내듯 그해 12월 개성관광마저 스스로 중단시켰다. 단돈 1달러가 아쉬운 북한이 연간 3000만 달러에 이르는 돈줄을 놓친 자충수()였다. 그래놓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적대시() 정책 탓만 했다.

북한은 지난 2년여 동안 온갖 궤변으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일삼으며 상황의 반전()을 꾀했다. 지난해 1월 인민군 총참모부는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노태우 대통령 때 맺은 남북불가침합의서의 폐기를 선언했다. 4월에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쏘고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 대응책으로 남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더 이상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 조선반도는 전쟁상태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작년 10월에는 NLL 침범을 재개하면서 서해에서 제3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협박했다. 한 달 뒤에는 실제로 대청해전을 도발했다. 12월엔 NLL 일대를 평시 해상사격구역으로 설정해 올해 1월말 이 해역으로 해안포를 쏴댔다. 도발의 절정은 3월 26일의 천안함 폭침사건이다. 북한은 이 사건으로 유엔 제재 강화를 자초하고도 5개월여를 중국에 기대어 버텨보려다 이 마저 실패하자 이산가족 상봉카드를 들고 나왔다. 대미()관계 개선과 달러 및 식량획득을 노린 다목적 카드다.

남한을 일단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성공한 북한은 24일 2차 접촉에서 또 궤변을 내놨다. 금강산관광부터 재개하자는 것이다. 남북교류의 중단 원인인 천안함과 박왕자 씨 사건은 따지지 말고 넘어가자는 태도다. 1타3매() 하려는 술책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은 두 사건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인도적 사안이다. 군사적 도발 사건은 거기에 뒤섞어 어물쩍 넘겨도 될 성질이 아니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