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민간인인 김정은과 고모 김경희,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에게 한꺼번에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선 군 고위 장성이 군복을 벗고 당 또는 정부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가 다시 군복을 입은 경우는 있지만 순수 민간인이 북한군 고위직 장성에 임명된 예는 없다. 예외라면 김정일이 1992년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되면서 원수 칭호를 받은 것뿐이다.
김정은의 대장 발탁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뒤 주민들을 상대로 그를 김 대장 동지로 선전했다. 그러나 김경희와 최룡해, 김경옥의 장성 임명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놀랄 만한 것은 김경희의 임명. 북한 역사에서 여성 장성은 단 5명뿐으로 모두 한국군의 준장에 해당하는 소장 칭호를 받았다. 비록 1990년대 초반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대장 군복을 입은 김경희가 백두산 천지에서 대원수복을 입은 김일성, 원수복을 입은 김정일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긴 했지만 현실화될 줄은 주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임명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시스템이 비교적 잘 작동하던 1992년, 김정일이 원수로 임명됐을 때조차 주민들은 소꿉시절 군사놀이를 했던 경험이 고작인 사람이 원수라니 기가 막힌다는 뒷말을 주고받았다. 하물며 주민들의 충성심이 다 사라져버린 현재 주민 반응이 어떠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가부장적 사고가 강하고 거의 모든 남자가 군 경험을 갖고 있는 북한에서 군 경험이 없는 여성이 김정일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대장에 임명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