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환율전쟁이 일본과 유럽 및 신흥국으로 번지며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제금융기구가 후유증을 강하게 경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환율 문제가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음 달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막한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를 앞두고 전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환율 갈등을 방치해 분쟁이나 보호무역주의로 발전한다면 우리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되풀이하는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역사를 돌아볼 때 이웃을 가난하게 하는 정책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환율전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 자신도 이 용어를 사용했다. (환율전쟁이란 단어는) 너무 군사적일지 몰라도 많은 나라가 그들의 환율을 (정책)무기로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벌어지던 환율전쟁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6일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환율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원 총리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전 세계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페루 태국 인도 등 신흥국도 자국 화폐의 평가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며 환율전쟁에 가세할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8일 IMFWB 연차총회 직전에 열린 주요 7개국(G7)의 비공식 회의와 연차총회에서 환율에 대한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전쟁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이 G7에서 빠져 있어 환율 대타협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환율 이슈가 떠오르면서 이달 22, 23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 정상회의의 성명서(코뮈니케) 초안을 짜는 이 회의에서 환율전쟁에 대한 1차 조율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회의를 주재하고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중국의 셰쉬런() 재정부장,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부형권 박형준 bookum90@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