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을 포함한 정상과 5개 초청국 정상, 7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G20 회의 무대는 정부수립 이후 최대의 외교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어디에치열한 자리다툼
이번 정상회의에는 25개국 정상과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가원수급 인사 33명이 참석한다. 각국이 의전 순서와 자리배치를 위해 로비를 벌이기 때문에 G20 회의 준비위원회 측은 회의 직전까지 자리배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국제관례상 일반적인 의전 순서를 활용하되 각국의 양자 및 다자회담 일정을 고려해 행사별로 다양하게 자리가 배치된다. 결과적으로는 의장국 재량으로 자리가 조정된다.
의전 서열은 국가원수, 정부수반, 국제기구 대표 순에 따른다. 각 그룹 안에선 취임 순서와 기구 설립연도 등이 고려된다. 2003년 1월 취임한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순위이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2003년 3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2004년 7월)이 뒤를 잇는다. 국제기구 가운데서는 유엔 사무총장이 선임이다.
G20 회의 준비위는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의전 서열에 엄격히 따르거나 지난번 의장국인 영국과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 정상을 양쪽에 배치하거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옆에 앉히거나 한국과 양자회담 일정을 못 잡은 정상을 앉히는 방안 등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도 별도 접촉을 갖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하지 않되 한국 알리는 기회로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 의전 콘셉트를 검소하면서 실용적인 회의로 정했다. 한국을 너무 알리려고 튀는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세계 금융위기 방지대책 마련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위기 극복에 맞게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음향기기, 테이블 등 이번에 활용되는 자재의 90%를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때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정상회의 오찬과 만찬은 대부분 회의를 겸하기 때문에 건배 제의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상들의 전용기만 50여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들을 인천공항, 김포공항, 서울공항 등으로 분산시킬 방침이다. 또 정부 인사가 공항에 나가는 영접 인사 없이 국가별 의전연락관(DLO)이 입출국을 지원한다. 다만 초 단위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행사의 연속성을 위해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첫날 리셉션과 만찬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건축미가 뛰어난 이곳에선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아도 한국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상들은 만찬 후 현대자동차 에쿠스 리무진을 이용해 서울 야경을 감상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또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회의장을 원형으로 꾸미고 원형 테이블을 설치키로 했다. 정상들이 짧은 동선으로 회의장과 오찬장, 휴게실을 오가도록 설계했다. 또 보안과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각국 정상과 재무장관, 셰르파 등 핵심 VIP들은 레드존, 일반 대표단은 블루존, 기자단은 옐로존으로 구분해 출입하도록 한다.
퍼스트레이디에게 한국 알리기
G20 정상회의는 각국 정상의 배우자들에게도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다. 준비위 측은 경복궁 투어와 박물관 관람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여성 지도자는 3인의 부군인 퍼스트 젠틀맨은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영부인 위주의 행사를 짜는 실무진에겐 그나마 일손을 조금 덜어주는 셈이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은 아직 참석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어리고 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G20 회의에는 보통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참석의사를 밝힌 정상 부인은 1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식 정혜진 spear@donga.com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