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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으로 파고든 일본속 한류 맛으로 스며든 한국속 일류 갈등 씻을

멋으로 파고든 일본속 한류 맛으로 스며든 한국속 일류 갈등 씻을

Posted October. 16, 2010 08:29,   

日本語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의 일본 덮밥집 돈부리.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경이었지만 음식점 앞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7월 문을 연 이곳은 하루에 300여 명이 찾는 인기 음식점이다. 주방장 이승화 씨(32)는 일본 대형 덮밥 체인이 들어와도 성공하지 못했던 1990년대 말과 달리 일본 여행을 많이 하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인지 일본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다. 최근에는 40, 50대 손님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이 지역에서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일본 음식을 취급할 정도로 일본 음식의 인기가 높다. 스시(초밥)나 라멘(일본 라면)이 많았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일본식 카레, 튀김, 가정요리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이 시들하던 한류 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걸그룹의 데뷔 콘서트마다 입장권이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9시 뉴스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를 톱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음반 판매도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공식 데뷔한 소녀시대의 싱글 데뷔 앨범 지니(GENIE)는 발매 당일 일간차트 4위로 출발한 이후 데뷔 4주차인 10월 들어서도 일간차트 톱 10위권 내를 계속 지키면서 앨범 판매 10만 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쿄 긴자()의 야마노악기나 시부야()의 타워레코드 등 대형 음반판매점들은 한국 스타의 대형 포스터 사진으로 도배한 K-POP(한국 대중음악) 코너를 별도로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K-POP이 주춤하던 한류() 붐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평가한다. 겨울연가와 용사마에 빠진 아줌마 세대와 대장금 등 사극에 재미 붙인 중년 남성이 한류 1, 2세대였다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POP이 한류 3세대라는 것. 특히 한류 팬의 연령층이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한류와 구분되는 네오 한류, 신한류라는 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을 친밀히 느끼는 한류

1998년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계기로 음식과 가요, 드라마가 대한해협을 가로지르며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03, 2004년 일본 안방을 사로잡은 TV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배용준 씨가 지난해 9월 문화기행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펴내자 책에 나온 코스를 따라가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 대중문화로 촉발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와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재일동포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도 줄었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10월 혹은 11월에 실시하는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친밀감은 1997년 37.9%에서 2009년에는 63.1%로 크게 증가했다. 일본에서 7년가량 유학하다 2004년경 귀국한 동북아역사재단 이명찬 연구위원은 일본인들은 한국을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다가 2000년대 들어 겨울연가 대장금 등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을 또렷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식인이나 재일동포를 협박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태도까지는 바꾸지 못하고 있다.

문화 장르로 자리잡은 일류

한류가 충격파의 형태로 일본에 전해졌다면 일류()는 가랑비처럼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부터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파됐던 만화와 애니메이션 외에 소설 음식 패션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4차에 걸쳐 국내 지상파 방송 부문을 제외하고 영화 비디오 음반 게임 방송 등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문호를 전면 개방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고, 일본 음식점에서 규동(일본식 쇠고기덮밥)과 라멘을 즐긴다.

이 같은 민간의 문화 교류는 정치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망언이 나오더라도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에서 사케(일본 술)를 즐기는 손님이 끊기거나 일본 소설 판매가 주는 일은 찾기 힘들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일본 문화는 한국에서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문화 교류는 갈등 후폭풍 완화하는 자양분

사회 문화적 교류가 한일 관계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사나 소설, 사상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한국의 역사와 문학 철학이 일본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동양사학)는 대중문화나 음식 등 일본과의 교류는 아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 일본작가)가 말했듯이 전쟁 체험 등 고난에서 우러나온 한국 문학의 진지함은 일본 문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문화 우월주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라멘을 먹으면서 일본 문화가 우월하다고 인식하지 않듯이 일본인들도 대부분 한국 문화를 여러 문화 중 하나로 즐긴다.

문화 교류는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개인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문화 교류의 필요성과 결과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화 교류를 통한 신뢰와 호감 쌓기는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갈등 이후 관계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



허진석 이새샘 jameshuh@donga.com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