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G20 반대집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경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7일 G20 개막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검토하고 있으나 10일 오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수개월 전부터 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해 왔으며, 이번 면담은 G20 정상회의 때마다 주최국 의장과 국제노총(ITUC) 관계자들이 면담을 하던 관례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김 위원장과 함께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노동계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열린 이 대통령과 노사정 대표와의 면담에는 정부의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참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말인 6, 7일 서울 도심에서는 G20 반대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81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G20 대응 민중행동(민중행동)은 7일 서울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서울국제민중회의를 열고 서울 G20 정상회의는 최악의 반인권적 국제회의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중행동은 10일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G20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고, G20 개막일인 11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하는 G20 규탄 집회와 행진을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7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약 4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와 전국건설노조, 전국교직원노조, 진보신당, 청년실업네트워크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40년 전이나 오늘날의 노동 현실이 다를 바 없다며 G20의 허울 뒤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밀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경찰 113개 중대 1만여 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경찰은 그동안 서울광장에서의 집회 시위 불허 방침을 변경해 2006년 이후 4년 만에 이날 민주노총 집회를 허가했다. 경찰의 이번 집회 허용은 G20 정상회의를 앞둔 노동계 달래기 차원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G20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에 노동자대회가 열려 치안 부담이 크지만 준법집회를 할 것으로 믿고 허가했다며 건국 이래 최대 국제 행사인 G20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선진 집회시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박진우 sys1201@donga.com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