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4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해 물가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율 갈등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물가불안 확산 방지에 시동을 건 것이다.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4.1%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 3.0%를 훌쩍 넘어섰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은 금융완화 기조에 가깝지만 금리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해 내년 초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를 올리면 해외자금이 국내로 더 많이 몰려 자산의 거품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달러의 국내유입이 촉진되면 원화절상(환율 하락) 속도가 더 빨라져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은이 지난달 물가불안이 높아지는데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고속 원화절상을 우려한 때문이다.
미국이 6000억 달러에 이르는 2차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돈을 풀기 시작해 투기성 외자의 국내 유입 우려가 더 높아졌다. 10월에만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 및 채권에 순투자한 금액은 9조4500억 원으로 19월 월평균 3조2200억 원의 2.9배에 이른다.
정부가 해외 투기성자금(핫머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핫머니가 과도하게 유입됐다가 국내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갑자기 유출하면서 증권 외환 자금시장이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재발된다면 큰일이다. 정부는 외환 유출입 규제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핫머니 대응에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중국 호주 인도 베트남과 정책 공조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들도 최근 물가압력에 대응하느라 줄줄이 금리를 올렸고 지금은 핫머니 대비책 마련에 부산하다.
여러 여건상 원화절상이 일정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노무라금융투자는 한국이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고물가의 쌍둥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원화절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정부는 이달 말 수출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중소제조업체들은 경기가 나빠질 것을 각오하고 경쟁력 유지를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윤용로 중소기업은행장은 어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201080원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므로 CEO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