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쟁 났어? 북이 연평도를 공격했던 날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집에 뛰어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날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있을 예정이던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축구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포연이 피어오르는 연평도를 TV로 보며 깜찍하게 군대 갈 걱정을 했다. 백주에 우리 영토에 포탄이 날아드는 사태는 어린 세대에게 평온한 일상을 흔드는 충격적 체험이었을 것이다.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면 값진 경험이리라.
올해는 625전쟁 발발 60주년이다. 긴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세대 간에 국가관과 안보의식에서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행정안전부가 올 6월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안보의식을 조사한 결과 성인은 100점 만점에 60.23점, 청소년은 49.16점을 기록했다. 625전쟁 발발 연도가 1950년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응답자는 성인은 63.7%, 청소년은 46.3%에 불과했다. 3월 천안함 피격 사태로 장병들이 희생되면서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 정도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011년도에 통일안보관 확립을 위한 학예행사, 통일전망대 땅굴 판문점 등 현장 체험학습, 통일안보 교재 보급 등 통일안보 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무상급식 예산(1162억 원)을 확보하기 위해 통일안보 교육을 희생한 것이다.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들이 625 북침 등 황당한 인터넷 괴담에 빠져드는 것은 기성세대가 제대로 교육을 못 시킨 책임이 크다. 같은 민족이고 통일 대상이면서도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켜 놓고 대치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의 실체를 올바로 알려줄 책무가 기성세대에 있다.
연평도 도발 직후 서울시교육청은 안보의식을 일깨우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계기교육을 12월 초까지 각급 학교에서 실시한다고 부랴부랴 어제 발표했다. 취지도,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북의 대형 도발이 있을 때 일회성 계기교육을 하고 말 일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어떤 집단과 마주하고 있는지를 상시교육으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 영토가 공격당하고 민간인과 장병이 죽었는데도 무상급식이 통일안보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곽 교육감에게 묻고 싶다. 전면 무상급식이 국가 수호보다 우위에 있는 시대정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