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법원에 월남한 아버지의 친자라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1일 북한 주민 윤모 씨(68)등 4남매가 625전쟁 때 월남해 남한에서 1987년 사망한 남성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인정해 달라며 낸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남한 법원이 북한 주민이 낸 친자확인 소송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6월 북한에 살고 있는 손모 씨 3남매가 625전쟁 당시 월남했다 숨진 아버지의 호적에 올려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인지청구 소송을 냈으나 이들은 이후 이복형제들과 재산분할 문제를 따로 합의해 소송을 취하했다.
북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윤 씨의 부친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큰딸만 데리고 남한으로 왔다. 윤 씨 부친은 월남 후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4명의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큰딸은 북한의 가족을 찾기 위해 2000년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2005년 일본에 사는 외삼촌을 통해 4명의 친남매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큰딸은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재미교포 선교사에게 북한의 가족들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고 이 선교사는 평양을 방문해 친분이 있는 북한 국가보위부 관계자를 통해 가족을 접촉했다.
윤 씨 등은 소송위임장과 영상자료,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모발, 손톱 등을 이 선교사를 통해 남한의 큰딸에게 전달했고 2009년 2월 고인의 친자식임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부친이 남한의 가족에게 남긴 100억 원대의 유산을 나눠 달라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냈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는 윤 씨 등의 손톱과 모발 표본으로 유전자를 감정한 결과 고인과 함께 월남한 윤 씨의 큰누나와, 고인이 재혼한 부인이 낳은 자녀 간에 유전자형이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