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소식이 전해진 3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협상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를 비밀리에 방문하느라 백악관을 비웠지만 백악관은 이날 바로 오바마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획기적인 합의로 미국의 상품 수출은 연간 110억 달러 늘어나고 최소 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에서 환영성명을 직접 발표하는 행사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를 미국과 한국의 윈윈(win-win) 합의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시켜줄 것이며 향후 5년 안에 수출을 2배로 늘리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가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았다며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헌신에 대해 나의 카운터파트너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합의는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내가 대통령으로서 계속 추진할 공정한 무역협정의 예가 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의회 비준을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백악관의 환영 분위기는 한미 FTA가 미국 내 일자리창출과 직결돼 있는 데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계획의 발판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의회에서도 환영 성명을 잇달아 내놔 향후 이행법안의 의회비준에 밝은 신호를 보였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메릴랜드)는 한미 FTA는 미국 수출을 늘려 추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FTA 이행법안 제출 때 하원 본회의 상정이라는 키를 쥐고 있는 세입위원회 새 위원장으로 유력한 데이비드 캠프 공화당 의원(미시간)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의 큰 승리라며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장벽을 없애고 유리한 협상을 위해 긴밀하게 노력한 오바마 대통령과 협상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장(미시간)은 한미 간 무역이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으로 변화하는 극적인 조치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쇠고기 중심지인 몬태나 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에 대한 한국의 중요한 장벽을 다루는 데 실패해 깊이 실망했다며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을 거듭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이행법안을 포함한 비준동의안을 내년 1월 시작되는 112대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의회가 2012년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급속히 돌입할 것이어서 예민한 사안인 교역문제를 의회에서 논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 의회에서 이행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이행법안을 심의하는 주무 상임위원회는 상원은 재무위원회, 하원은 세입위원회다. 행정부가 FTA 이행법안을 제출하면 의회는 회기 90일 이내에 수정 없이 찬반 투표로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