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굳어 있던 얼굴은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에야 편안해졌다. 이처럼 환한 웃음을 본 게 얼마 만일까. 정말 오랜만에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국민타자 이승엽(34사진)다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승엽은 새 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을 내보낸 요미우리를 향해서는 날카로운 감정을 감추지 않으며 비장한 각오도 드러냈다. 다음은 키워드로 정리한 이승엽의 인터뷰.
오릭스=오릭스 유니폼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1루수에 알렉스 카블레라라는 좋은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릭스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출전 기회가 많은 팀, 내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팀을 원했다.
3=새 팀에서는 등번호 3번을 단다(요미우리에서는 33번과 25번을 달았다). 3이란 숫자를 원래 좋아한다. 새 기분으로 나서기 위해 등 뒤 이름도 LEE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에 썼던 LEE S.Y로 바꾸기로 했다.
요미우리=5년을 뛴 요미우리는 정말 좋은 팀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한다. 막상 방출 통보를 받고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내년 요미우리와 대결한다면 올해 나를 2군에 뒀던 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한국 복귀=아들 은혁이가 여섯 살이다. 야구를 아는 나이다. TV를 보면서 아들이 왜 아빠는 야구장에 있지 않고 집에 있느냐고 물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아들에게 아빠가 정말 야구를 잘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주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삼성에서 하고 싶다. 선동열 감독님의 허락을 받아 13일 삼성의 경산볼파크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목표=당장 몸을 만들어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만 했는데 기술훈련을 일찍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시즌엔 전 게임(144경기)에 나가고 싶고 홈런 30개 이상, 100타점을 올리고 싶다.
김태균과 추신수=이제 태균(롯데)이에게는 도전자 입장이다. 롯데는 같은 리그 라이벌이다. 태균이와는 포지션도 같으니까 절대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뛰겠다. 추신수(미국 프로야구 클리블랜드)는 정말 잘 치더라. TV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쳐야 되는데 왜 안 될까 많이 생각했다. 특히 대만전에서 밀어서 홈런 치는 걸 보고는 역시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연습 때 신수처럼 쳐 볼 생각이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