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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성 한을 쏘다 (일)

Posted January. 31, 20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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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지며 0-0으로 우승컵의 향방이 승부차기로 넘어가려던 연장 후반 4분. 나가토모 유토(25체세나)가 왼쪽을 돌파하며 크로스를 올리자 리 다다나리가 골 지역 정면 오른쪽에서 왼발 발리슛을 날렸다. 공은 왼쪽 골네트를 갈랐고 이 골 하나로 그는 일본의 영웅이 됐다.

재일교포 4세 이충성(26히로시마). 리 다다나리란 일본명을 가진 그는 30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일본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두 번째 출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골로 데뷔 골을 장식하며 열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국적을 유지해 2004년 18세 이하 대표팀에 뽑혔던 이충성은 성인 대표팀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했지만 조국에서조차 자신을 비하하는 차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2007년 일본으로 귀화를 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일본 대표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는 충성을 다다나리로 바꿨을 뿐 성은 바꾸지 않았다.

아시안컵에서 알베르토 차케로니 감독(이탈리아)의 러브 콜을 받아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이날 연장 전반 8분 J리그 득점왕 마에다 료이치(이와타) 대신 교체 투입됐다.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골을 잡아내기 위한 차케로니 감독의 승부수. 이충성은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왼쪽을 돌파하며 슈팅을 날리는 등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연장 후반 4분 나가토모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받아 넣어 차케로니 감독의 기대에 화답했다.

이충성은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한국에서 받았던 설움과 일본으로 귀화하며 느꼈던 심적 부담을 한 번에 털어냈다. 이충성은 골을 넣은 뒤 자신의 블로그에 축배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솔직히 잠이 오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1페이지를 쓴 일이 벌어졌으니라며 심경을 밝혔다.

일본은 1992, 2000, 2004년에 이어 네 번째 우승컵을 거머쥐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상 3회)을 제치고 역대 최다 우승국이 됐다.

한국은 29일 우즈베키스탄을 3-2로 제치고 3위를 차지하며 2015년 호주 대회 본선 자동진출권을 획득했다. 한국은 51년 만의 우승을 이루진 못했지만 구자철(22제주), 지동원(20전남), 손흥민(19함부르크) 등을 발굴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5골을 터뜨린 구자철은 득점왕에 올랐다. 일본의 우승을 주도한 혼다 게이스케(25모스크바)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