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상한, 인상률이냐 인상액이냐
국내 대학은 1989년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2003년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를 계기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를 통과시켜 올해부터 적용했다.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은 5%였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상률 제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등록금 인상액 상한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액수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예로 들면 기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는 폐지하고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 기준액을 정한다. 등록금 기준액의 1.2배를 넘지 않는 선에서 상한액을 결정하고 국공립대는 소득별로 등록금을 차등 부과한다.
이런 식의 등록금 인상액 상한제가 통과된다면 2011년 기준으로 국립대 등록금은 345만 원, 사립대는 518만 원 이하로 결정된다. 현재 평균 등록금에 비해 국립대 22%, 사립대 32%의 인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상한제를 실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재정 마련이다. 이를 위해 여야는 내용이 조금씩 다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10% 내외)을 국공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에도 나눠 줘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을 제안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비싼 등록금이 사회 문제가 되는 점을 고려해 사립대에도 초중등 사립학교처럼 국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에 견해차가 크지 않고 대학과 시민단체도 찬성해 이번 회기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기여입학제 등록금 대책 될까
기여입학제도 하나의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에 기부금을 낸 기부자의 2, 3세를 입학시키는 이 제도는 예전부터 많은 대학이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대입 정책의 3불(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의 하나로 남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의 답변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기부금이 가난하고 능력 있는 학생을 위해 100% 쓰인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찬성파는 한 명의 기여입학을 허용하면 수백 명이 장학금 혜택을 볼 수 있어 학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 사립대는 한국보다 등록금이 비싸지만 기부금 입학제도를 적극 운영하면서 쌓은 기금을 저소득층 학생의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대학마다 기부금이 천차만별인 국내 상황에서 기여입학제는 등록금 완화 정책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부금을 모으기 어려운 지방대는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대 사이의 격차를 키울 뿐이라며 반대한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대학 기부금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지, 입학을 대가로 기부금을 받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민주당은 기회 균등 차원에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부실 대학까지 지원 논란
국립대 법인화도 등록금 완화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법인화 이후 재정 확충에 실패하면 등록금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법인화한 대학이 재정 확충에 실패하면서 실제로 등록금이 오른 곳이 늘었다.
정부는 법인화 이후에도 국립대에 재정 지원을 계속하므로 등록금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 자립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국립대는 법인화 이후 사립대처럼 등록금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금 수입으로 운영하는 대학의 재정 결손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부실 대학, 정원 미달 대학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거론된다. 정부와 여당은 등록금 완화 정책을 대학 구조조정과 병행할 방침이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와 학생단체는 입학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주는 것은 낭비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값 등록금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들은 부실 운영은 대학의 문제이지 학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