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포항의 정규리그 경기가 열린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차량이 대거 몰려 몸살을 앓았다. 국가대표 경기가 열릴 때처럼 월드컵 공원 주변 도로엔 불법 주차를 한 차량이 많았다.
이날 4만4358명이 입장해 3월 6일 서울과 수원의 개막전(5만1606명)에 이어 시즌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 몰렸다. 최근 승부조작 사건으로 현역 선수가 구속되는 등 축구팬들의 실망이 큰 가운데 이례적으로 많은 관중이었다. 경기도 재밌었다. 1-1 무승부였지만 서울은 14개(유효슈팅 8개), 포항은 9개(유효슈팅 6개)의 슈팅을 날리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축구 관계자들은 빅게임인 이 경기에 관중이 얼마나 올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팬들이 많이 오면 승부조작에 대한 실망이 한풀 꺾였다는 것이고 조금 오면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란 것이다. 그래서 연맹은 이례적으로 경기 전날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과 황선홍 포항 감독이 참여한 기자회견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결국 이날 팬들의 반응에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날 전북이 경남을 2-0으로 꺾은 전주경기는 1만4000여 명, 울산이 상주를 2-1로 제압한 상주 경기는 1만여 명이 왔지만 나머지 5경기는 1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특히 제주가 수원을 3-2로 꺾은 제주 경기와 대구와 대전이 1-1을 비긴 대구 경기 관중은 2000여 명이었다. 전문가들은 흥행 카드 한 경기의 관중을 보고 승부조작 파문이 가라앉았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 연맹과 구단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승부조작을 근절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