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만 봐서는 한식당인지 아닌지 도통 알 수 없다. 해외 한식당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한글 간판 하나 없고, 메뉴판에도 한글은 없다. 벽에 걸린 태극무늬 부채만이 한식당이 아닐까 추측하게 할 뿐이다. 점심 메뉴는 비빔밥과 불고기밖에 없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손님의 90%는 독일인이다. 여러모로 여느 해외 한식당과 다른 이 식당의 이름은 마마킴(MamaKim).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문을 연 지 이제 갓 석 달이 넘은, 52석 규모의 이 작은 한식당은 꼭 가봐야 할 외국 식당 1위(프랑크푸르트 저널)라는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마마킴을 운영하는 김춘(64), 권분기 씨(60여) 부부는 20여 년 동안 독일 브레멘 지역에서 한식당을 운영했다. 2월 아들이 사는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 새롭게 식당을 열며 부부는 독일인이 주 고객인 한식당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우선 메뉴를 단순화했다. 김 씨는 한식에 훌륭한 요리가 많지만, 모든 요리의 재료를 갖추려면 경제적으로 손해가 커 독일인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잘 팔릴 만한 메뉴로 한정했다며 다만 비빔밥은 야채, 쇠고기, 닭고기 비빔밥으로 다양화하고 쌀도 잡곡과 일반 쌀로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반찬이 많은 한국식 상차림 대신 개인별로 반찬을 담아 내는 시스템을 선택했다. 개인 접시가 일반화된 유럽식을 따른 것이다.
저녁은 점심보다 푸짐하게 제공된다. 1인당 35유로(약 5만4000원)인 저녁 만찬은 잡채, 김치전, 된장국 등이 나온다. 부부는 저녁 만찬에 포함되는 음식도 현지인들의 반응을 살펴 인기가 적은 요리는 과감히 뺐다. 김치는 손님이 원할 경우에만 제공한다.
김 씨는 한국 사람은 김치가 빠지면 한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외국인들은 처음엔 김치를 낯설어한다며 몇 번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만 한국의 유명한 전통 요리라며 슬쩍 권하면 오히려 효과가 좋다고 귀띔했다. 막걸리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막걸리를 팔지는 않지만, 단골 고객들에게는 무료 시음을 권한다. 무조건 전통 한국식을 고집하는 다른 해외 한식당과 다른 부분이다.
현지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지역 월간지 FRTZZ는 마마킴의 음식에 대해 별 5개(별 5개 만점), 서비스 별 4개, 분위기 별 4개를 줬다.
김 씨는 한식도 접근 방법만 달리하면 외국인에게 통할 수 있다며 보다 많은 독일인들이 한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