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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퓰리즘 거부 서약

Posted July. 06, 201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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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저널리스트 찰스 윌런의 저서 벌거벗은 경제학에는 곱씹어볼 만한 경구()가 많다. 그는 불황에 빠지면 직장에서 해고되는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썼다. 현실에서는 양심보다 호주머니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경쟁은 늘 자기와 무관할 때만 좋다 브랜드는 때로 제품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말도 밑줄을 그을 만하다. 윌런은 잠시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연설을 해서 박수를 받는 것과, 진실을 이야기해서 비난을 받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박수를 받는 쪽을 택하고 싶다는 전직 미국 상원의원의 발언도 소개했다.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인의 속성을 꼬집은 내용이다.

자유기업원,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 포퓰리즘 입법감시 시민단체연합은 지난달 1일부터 국회의원 297명을 상대로 포퓰리즘과 세금낭비 입법 안 하기 서약을 받았다. 서약식이 열린 어제까지 서명한 의원은 전체의 13.5%인 40명에 그쳤다. 그나마 1차 마감일인 6월 17일까지는 16명만 서약했으나 일부 언론이 문제를 지적한 뒤 24명이 추가로 동참했다.

국정의 일차적 책임을 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169명 중 강길부 나경원 나성린 신지호 이경재 이종구 조전혁 차명진 의원 등 37명(21.9%)만 포퓰리즘 입법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1야당 민주당 의원 87명 중에는 김우남 의원만 서명했고, 자유선진당에선 이명수 의원만 동참했다. 포퓰리즘 거부를 선언한 40명, 특히 야당인 김우남 이명수 의원의 소신은 돋보인다. 반면에 유력 정치인이나 과거 포퓰리즘의 폐해를 역설했던 경제장관 출신 의원들은 외면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내년 정치 일정 전후로 각종 지출 요구가 분출하고 재정 포퓰리즘이 확산돼 재정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지금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는 베짱이가 아니라, 미래 수요에 대비해 어떻게 돈을 아끼고 모을 것인지 고민하는 개미의 자세가 요구된다. 내년 말까지 우리 경제의 핵심 화두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표() 장사가 나라를 망치는 수준까지 가지 못하도록 어떻게 적정 수위로 통제할 것인가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