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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놀라게 하는데 1분이면 충분했다

트위터를 놀라게 하는데 1분이면 충분했다

Posted November. 18, 201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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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cinating! But(매력적이긴 한데)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문화공간 플라툰 쿤스트할레. 여러 명이 둘러앉은 원탁에서 청바지 차림의 트위터 미국 본사 엔지니어가 입을 열었다. 앳된 얼굴의 20대 창업자가 영어 피칭(pitching1분 안에 자신의 사업계획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마친 직후였다. 그는 기술적인 용어를 너무 많이 쓰면 투자자의 주목을 끌기 어렵다며 쉽고도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기로 피칭할 것을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시현하며 영어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트위터 본사는 이날 벤처 지원 프로그램인 트위스트의 한국 피칭대회에 참여해 국내 벤처기업 창업자 11명의 피칭을 듣고 현장에서 평가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대회에는 트위터 본사 엔지니어들뿐 아니라 외국 벤처 투자회사 관계자도 다수 참석했다. 트위터는 대회가 끝난 뒤 같은 자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트위터가 이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처음이다.

대회 참가자들의 출신 배경은 다양했다. 대학 졸업 직후 벤처를 창업하거나 미국 명문대를 나와 국내 벤처시장에 역진출한 청년창업자, 대기업 출신 50대 창업자도 눈에 띄었다.

1등은 임백호 라쏘앤컴퍼니 대표(29사진)에게 돌아갔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벤처창업에 나섰다 실패했지만 지난해 7월 홍동희(26) 최진석 씨(45)와 손잡고 앱 개발업체를 차려 재기했다. 상대적으로 영어 피칭 능력은 달렸지만 아이디어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 대표가 내놓은 K팝 트윗(K-Pop Tweet) 앱은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팝 스타들의 트위터 계정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고, 스타들의 트윗을 각국 팬들의 모국어로 실시간 번역해주는 서비스. 외국인 팬들이 K팝 스타들의 계정을 알아내 팔로잉해도 한국어로 돼 있어 이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실제 반응도 뜨겁다. 이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지 8일 만에 일본 무료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앱 부문에서 구글 플러스를 제치고 16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2만 명이 내려받았는데, 재방문자 비율도 76%로 높은 편이다. 100명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면 그 뒤에도 다시 사용하는 사람이 76명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날 트위터 본사 엔지니어들은 임 대표에게 트위터로 멘션이나 쪽지를 보낼 수 있느냐 명함을 줄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얘기하자고 말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임 대표는 과거의 실패가 K팝 트윗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공급자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서비스들을 무리하게 담으려고 했던 게 패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이 지난해 가장 혁신적인 앱 개발사로 꼽은 워크스마트랩스의 정세주 대표의 멘토링을 받고 로그 분석을 처음 시도했다. 로그 분석이란 어떤 나라에서 어떤 앱 메뉴를 자주 이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 이를 통해 임 대표는 자신의 앱 사용빈도가 일본 78%, 싱가포르 4.1%, 중국 2.28% 등으로 일본 팬들의 인기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마련했다. 대회에 참가한 창업자들은 한국 벤처창업 시스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미국 코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 7월 국내에서 벤처법인을 세운 최정우 GPON 대표(27)는 한국의 벤처 투자자들은 멀리 내다보지 않고 단기 수익 위주로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