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추진하는 기부재단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기부재단 윤곽이 잡혀가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11일 오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대의 자선 재단인 빌&멀린다 자선재단을 운영하는 빌 게이츠 MS 전 회장을 미 워싱턴 주 시애틀 외곽에 있는 게이츠 전 회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부재단이) 윤곽이 잘 잡혀 나가는 것 같다며 발표 시기에 대해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쯤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단 형태와 관련해 빌 게이츠 전 회장이 그냥 기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재단을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으며 이를 참고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안 원장의 행보와 관련해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례적으로 양측은 면담 후 안철수 연구소와 빌 게이츠가 새로 세운 회사인 bgC3의 공동 명의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게이츠 전 회장이 안 원장과 사적() 만남을 가졌고 기부재단 논의 외에 세계 경제, 저소득층에 대한 보건과 가난 구제,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또 안 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게이츠 전 회장이 방한해 기부재단에 조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숙소인 웨스턴 시애틀호텔 로비에서 만나 방미 기간 중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의 결론을 낼 거냐는 질문에 선수끼리 잘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말 안 하는 거 아시면서라고 특유의 미소를 띠며 답변을 피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정치 관련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고 3분가량의 회견을 마친 뒤 서둘러 떠났다.
하지만 정치권은 안 원장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몇 가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돈봉투 파문에 휩싸인 상황에서 안 원장은 에릭 슈밋 구글 회장, 게이츠 전 회장을 만나면서 혁신,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대책 등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되는 이슈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또 주요 인사를 접촉하면서 첫 해외무대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도 나온다. 게이츠 전 회장을 만난 후 민간 인사 간의 회동으로는 이례적으로 낸 공동 보도자료는 정상회담 후 공동 보도자료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걸(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하러 외국에 나가 계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안 원장은 12일 디트로이트로 날아가 1시간 반 거리인 미시간 주립대에서 교수 채용 면접을 계속한 뒤 14일부터 21일까지는 딸이 공부하는 곳으로 알려진 필라델피아에서 휴가를 가질 계획이다.
박현진 이승헌 witness@donga.com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