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면 푸틴이 이기겠지만 그렇다해서 푸틴이 진짜 이기는건 아닙니다. 이미 변화의 싹은 꺾을 수 없을만큼 자라났으니까요.(### 씨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1일 오후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서북쪽으로 1km 떨어진 푸쉬킨 광장.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의식한 듯 지나가는 행인들은 애써 목소리를 낮췄다. 제정러시아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이 노년에 세 들어 살던 집과 그의 이름을 딴 고급 카페가 문을 연 이곳은 평소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객과 외국인들로 북적거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광장은 경찰차로 둘러싸였다. 보행자 통로에 늘어선 경찰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거동을 유심히 살폈다.
전날인 29일 이곳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지지하는 청년 친위대 나쉬가 반 푸틴 시위대의 기습 시위를 저지했다. 반 푸틴 시위대는 4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유인물을 준비했다가 나쉬의 반격에 밀려 광장에서 물러났다.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다보니 관광 명소도 더 이상 평온한 중립지대로 남아 있을 수 없는 게 대선을 앞둔 러시아의 모습이다.
4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푸틴 총리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모스크바 곳곳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만큼 대선 이후의 정국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베도모스티 등 러시아 일간 신문들은 이번 대선에서 푸틴 총리가 70%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이 유력하다고 1일 보도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푸틴 총리가 과반수 이상 득표함으로써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으로 인해 푸틴 총리가 승리하더라도 과거의 차르(러시아 황제)식 대통령으로 군림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 씨는 야당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면 푸틴 정권이 6년 동안 유지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크바에서 만난 한 시민은 푸틴이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반정부 운동이 힘을 더 얻어 혁명이나 쿠데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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