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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워킹맘, 현직기자 불 최초의 영부인을 맞다

동거녀, 워킹맘, 현직기자 불 최초의 영부인을 맞다

Posted May. 08, 20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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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57)가 당선되면서 차기 영부인이 된 발레리 트리르바일레 씨(47)가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많은 면에서 이전 영부인들과 다르다.

우선 당선자의 정식 부인이 아니고 동거녀이기 때문에 프랑스 최초로 결혼하지 않은 영부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영부인이 된 뒤에도 자신의 직업인 기자직을 계속 유지하며 아이들을 키운다는 계획이어서 프랑스 최초의 워킹 맘 영부인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새 대통령 올랑드도 이혼한 뒤 동거 관계를 유지하다 당선돼 첫 미혼자 대통령이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올랑드 후보가 선거운동기간에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무슈 노르말(보통 남자)로 처신하면서 기존 대통령의 이미지를 바꾸었듯 트리르바일레도 기존의 영부인 이미지를 확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리르바일레의 삶은 프랑스 서민 계층을 그대로 대변한다. 1965년 앙제에서 장애인인 부친과 스케이트장 표 접수원으로 일한 모친 사이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녀는 파리1대학 판테옹-소르본대에서 역사(학부)와 정치학(DESS 고등전문가과정을 전공한 뒤 졸업 후 정치전문지 프로페시옹 폴리티크(PP)와 주간 파리마치에서 기자로 일했다. 2005년부터 케이블 방송 디렉트 8에서 정치 쇼를 진행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트리르바일레는 대선기간에는 언론사 편집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올랑드를 측면지원했다.

트리르바일레에 비해 올랑드의 성장과정은 비교적 유복했다. 1954년 루앙에서 이비인후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강경한 우파 성향이었던 부친과 갈등이 많았다고 회고록에서 고백했다. 그의 좌파 성향은 부친에 대한 반감과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모친의 영향이 어우러졌다는 후문이다.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모친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인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의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미테랑의 선임 고문 자크 아탈리 박사의 추천으로 사회당에 입당(1979년)한 후 1988년 코레즈에서 하원의원에 당선한다. 1997년 리오넬 조스팽에 이어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사부격인 조스팽 총리가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후보에게 밀려 탈락하고 정계를 은퇴하자 당의 주요 인물로 부상한다.

올랑드가 트리르바일레를 처음 만난 건 1988년. 트리르바일레가 PP지에서 일하던 그해 막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올랑드는 정치인으로 기자인 트리르바일레와 조우했다. 그러다 2005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져 이듬해 동거를 시작했다. 올랑드는 4명의 아이를 둔 상태에서 같은 당 대선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별거상태였고 트리르바일레는 두 번 이혼 경력에 3명의 자녀가 있는 상태였다.

주변에 사람을 모을 줄 모른다는 비판을 들으며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던 그가 사회당 대선후보가 된 데에는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린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낙마가 결정적이긴 했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여자, 돈, 거짓말에 연루된 스캔들이 없고 중도파 표까지 흡수할 수 있는 성향의 인물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그의 보통 사람 이미지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캐릭터와 비교돼 오히려 경쟁력이 높다는 주장이 당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얻었다.

트리르바일레도 올랑드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서민적 이미지로 다가섰다.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옷을 사고 아이들 침대 밑에서 흩어진 양말을 찾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으며 올랑드를 향해서는 쇼핑도 하고 요리도 하지만 찬장 문을 닫는 법이 없으며 방에 들어와서도 문을 닫지 않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고 흉을 보기도 했다. 이런 솔직함이 오히려 올랑드 후보를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게 했다는 분석이다.

트리르바일레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내겐 3명의 자식이 있다. 나 스스로 돈을 벌고 싶지 국가의 돈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은 그녀가 영부인으로서 직업 활동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전과 경호 등 까다로운 문제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종훈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