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서해상에서 중국어선 3척을 나포하고 중국 측에 벌금을 요구했을까. 21일 새벽 북한이 벌금을 받지 않고 선박과 선원 28명을 석방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안은 북-중 간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의 대체적 윤곽을 다음과 같이 유추하고 있다. 사건 발생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그동안 북한 당국의 묵인 아래 중국 어선이 돈을 내고 조업을 해온 이른바 딱지 거래 해역이다. 서해는 고급 어종이 풍부해 중국 랴오닝() 산둥() 성의 어민들이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조업을 하려는 곳이다. 배와 어구가 낡은 데다 기름도 없는 북한이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해역이기에 상대적으로 어종이 풍부하다.
이 때문에 북한 해군 부대는 담당 해역별로 중국 어민들에게 어선 수와 시간별로 돈을 받고 그 증표로 한국의 조업허가증 격인 딱지를 판다고 한다. 해당 해역에서 단속되더라도 딱지만 있으면 석방되는 불법 어업 관행이 존재한다는 것.
특히 북-중 양국 간에 서해상 어업협정이 없고 북한은 50해리(약 96.2km), 중국은 12해리(약 6.5km)를 영해로 규정하는 탓에 중국 어선이 고기를 쫓아 동진하다 보면 북한이 설정한 북-중 어업경계선을 넘게 된다는 것. 딱지 거래는 북-중 양국에 서로 이득이 되는 장사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사건은 중국 어선들이 딱지 없이 조업하다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이 중국 선주 측에 공식적인 송금방법이 아니라 사적인 송금방법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요구 금액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자 중국 선주가 이를 자국 매체들에 흘렸고 중국 내에서 공분이 일면서 북-중 외교 문제로 번진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다롄() 항에 도착한 중국 선원들은 북한이 식량과 각종 물품을 모두 빼앗고 특히 중국 어선에 장착된 위성항법 장비의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고 말했다. 일부 선원들은 내복차림으로 귀환했으며 일부는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8일 나포돼 21일 풀려날 때까지 한 차례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선실에 갇혀 있으면서 하루 두 끼의 죽만 먹으면서 연명했다고 증언했다.
이헌진 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