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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울 성북동과 미아리 텍사스

Posted August. 28, 20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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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는 성격이 다른 두 동네가 있다. 한국 최초로 근대적 주택단지로 개발된 성북동과 196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형성된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가 있는 하월곡동이다. 미아리 텍사스는 인근 미아리고개의 지명()과 성매매를 하던 미국 서부영화 속의 술집 개념을 뒤섞어 집창촌 업주들이 만들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선시대 성북동 일대는 왕실 소유지로 건축 벌목 경작이 금지된 지역이었다. 역대 왕비들이 손수 누에를 쳐 누에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던 선잠단()과 1933년 만해 한용운이 조선총독부를 마주보지 않으려고 북향 터에 지은 심우장() 같은 문화재가 있다. 1936년 한국 최초로 근대적 택지개발이 진행된 곳도 성북동이다. 1960년대 후반 성북동 일부 지역에 재력가와 권력가의 고급주택이 들어서면서 한국의 베벌리힐스라는 명성을 얻었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로 시작하는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가 이 무렵 발표됐다.

서울시는 미아리 텍사스가 있는 신월곡1구역(하월곡동 88-142 일대)과 주택 노후도가 93%에 이르는 성북2정비구역(성북동 226-106 일대)을 한데 묶어 개발하기로 했다. 문화재 등으로 고도제한이 걸려 있는 성북2구역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축물 총 바닥면적)을 역세권의 신월곡1구역에 넘겨줘 사업성을 높이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성북2구역이 넘겨받아 재개발 자금으로 쓴다는 아이디어다. 지역 간 용적률 빅딜이다. 집창촌을 없앤 신월곡1지역은 쇼핑 관광이 결합된 복합주거단지로, 성북2구역은 한옥과 저층주택이 어우러진 한옥마을로 개발될 계획이다.

기업들은 전략적 이유로 사업을 맞바꾸거나 자원을 공유하고 협업을 한다. 심지어 경쟁자와도 손을 잡는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하수와 폐기물 처리, 광역교통 같은 분야는 협업이 필수다. 지리산 둘레길과 같이 인근 지자체와 주민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손을 잡는 지역 간 협업도 늘어나고 있다. 경북 영주시와 봉화군처럼 공동발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협업을 통해 주민의 편의와 행복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박 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