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기획재정부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총선을 겨냥해 내놓은 복지공약 266개를 모두 지키려면 5년간 적어도 268조 원의 나랏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총 복지예산(92조6000억 원)의 3배가 넘고 두 당이 각각 밝힌 비용(새누리당 75조원, 민주당 165조원)보다 큰 돈이다. 유권자들이 달콤한 복지공약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고 복지는 곧 세금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기재부의 분석과 공표가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라며 주의를 주었다.
지난달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7일 탈당)이 재정부에 여야 복지공약 비용을 공개하도록 요구해 재정부가 선관위에 문의했더니 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답이 왔다. 나라살림을 맡은 재정부가 정책공약에 실제로 얼마나 들어가는지 계산해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은 국민의 바른 선택을 위한 알 권리에 복무하는 일이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장래의 국익에 영향을 미칠 선거 공약에 대해 당연히 검증하고 국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세상일에 공짜 점심은 없다. 국민이 복지라는 편익을 얻자면 코스트(비용)를 지불해야 한다. 세금, 재정 악화, 미래 세대 부담이 바로 복지의 코스트다. 국민이 복지의 편익과 비용을 함께 알아야 그 복지정책의 적실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이 얼마 들어갈지를 설명하지 않고 복지 공약만 내세우는 것은 값을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물건을 떠맡으라고 하는 외판원과 다를 바 없다.
정부와 국가기관은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정책공약에 드는 비용 산출은 정치 개입이 아니라 국민의 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 제공으로 봐야 한다. 여야 공약 모두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에 몰입해 있다. 재정부가 여야의 문제점을 균형 있게 지적한다면 선거 개입 논란은 공연한 걱정이다. 정책 검증은 선진 민주주의 구현의 핵심이다. 선관위가 핵심과제로 내건 정책선거 확산을 위해서도 정책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선관위의 존재이유는 선거 민주주의를 창달하는 데 있다. 복지공약 검증을 말리는 선관위의 태도는 선거개입 논란의 도마에 오르지 않겠다는 보신주의의 산물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권자인 국민은 당대()뿐 아니라 자식 손자 세대의 살림까지 생각하며 민주적 이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