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나 외박 나온 군인이 저지르는 성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군대 내 성교육은 피임이나 성병 예방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후 3시경 외박 나온 육군 모 부대 김모 일병(22)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하고 달아났다. 부대로 복귀했던 김 일병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한 경찰의 추적으로 이날 오후 검거됐다. 앞서 5일에는 휴가 나온 위모 일병(20)이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 그는 경찰에 복귀 전 사고나 치고 들어가려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5일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외에서 성폭력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현역 군인은 279명으로 2008년 200명에 비해 40%나 늘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수가 2008년 36명에서 지난해 70명으로 2배 가까이로 급증해 비뚤어진 성의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재 국방부는 성 군기 사고 예방교육의 하나로 자체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은 전 장병 대상 성교육을 월 1회 실시하고 휴가나 외박으로 부대를 벗어날 때 별도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입대한 강원 화천군 지역 부대 소속 A 상병(25)은 대강당에서 400명이 모여 주입식 성교육을 받았을 뿐이라고 전한다. 박 상병은 간부들은 우리가 성병에 걸리거나 애인이 임신해서 고민하다가 탈영할까만 걱정한다며 술 취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을 때 베개 밑에 돈을 두고 나오면 처벌을 가볍게 받는다는 식의 엉터리만 배운다고 했다.
경기 지역 보병 부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는 A 중위는 출타하는 장병에게 집창촌에 갔다가 성병 걸리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 빼곤 성범죄 예방과 관련한 성교육은 전무하다며 군에선 성범죄를 저지르면 그놈이 잘못해서 사고쳤네라며 넘어가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국방부와 보건복지부는 10월 말 성교육 매뉴얼을 출간할 예정이지만 이 매뉴얼에서도 성폭력 예방 교육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본보가 현재 제작 중인 성교육 매뉴얼 목차를 확인해 보니 전체 8개 항목 중 성폭력 예방 부분은 1개뿐이고 피임법과 성병 예방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매뉴얼 제작을 위해 6월 장병 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병 성 인식태도 실태조사 설문 문항 17개 중 성폭력 관련 질문은 주변이나 TV에서 성폭력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1개뿐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26일 군인 성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도 올 초 군부대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동 성범죄 처벌 방침을 알리는 홍보 전단지와 동영상을 보낸 게 전부였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20대 초반의 군인이 집단생활로 성욕을 억제당하면서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되면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성범죄의 위험성을 반드시 교육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조건희 tigermask@donga.com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