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20개 국가 가운데 16위라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글로벌 컨설팅사인 모니터 그룹의 분석은 실망을 안겨준다.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보다 떨어지고 남유럽 재정위기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에 겨우 앞서는 수준이다. 분석 대상 20개국을 일자리 강국, 일자리 창출 잠재력 보유국, 잠재적 일자리 위험국, 일자리 위기국, 일자리 회복력 상실 국가 등 5단계로 나누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잠재적 일자리 위험국으로 분류됐다.
5개 부문에 걸쳐 이뤄진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고용구조 사회문화 등 2개 부문이 20위로 최하위였다. 정부 제도 및 규제(18위) 직업교육(16위)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산업경쟁력 부문에서 11위를 해 그나마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 떨어질 경우 일자리 창출능력이 급속히 악화한다.
국내 일자리의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일자리의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 이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OECD 최고 수준인 24%였지만 같은 기간 고용 성장은 2.79%로 14위에 그쳤다.
이번 평가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저해 요소로 연공서열 임금체계와 과도한 고용 안정성이 지적됐다. 이석채 KT 회장은 어제 서울대 공과대학 강연에서 청년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의 분석과 맥락을 같이 하는 처방이다. 기존 직원을 지나치게 보호하다보니 생산성을 웃도는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회사가 인력 아웃소싱을 선택하면서 비정규직 등 2류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성이 떨어진 나이 든 직원을 아웃소싱 영역으로 순환해 인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자리 선진국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낙농업과 제조업 기반 위에 관광 금융 등이 고루 발달한 스위스,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 주도 직무교육에 성공한 독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 네덜란드, 높은 노동 유연성을 확보한 덴마크가 우리가 본따야 할 모델이다. 이 회장도 교육 의료 정보통신 등 신기술 분야에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신기술에 미래 일자리가 달려있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