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당시 직설적인 가사와 파격적인 춤, 연예인답지 않은(?) 외모로 기획사조차 방송 출연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는 싸이. 하지만 그는 한순간 월드스타가 됐다. 그가 유튜브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소개한 건 7월 15일. 불과 두 달도 채 안 돼 최단 기간 1억 건 조회를 기록한 데 이어 17일 현재 4억8000만 건을 넘어섰다. 영국과 중국의 대중음악 차트를 석권했고,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정상까지 넘보고 있다.
싸이와 강남스타일을 하나의 마케팅 상품이라고 했을 때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마케팅 전문가인 박기완 서울대 교수는 시대가 원하는 최고의 마케팅 기법, 즉 공감과 참여를 싸이가 팬들에게 선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싸이는 배울 점이 참 많은 이 시대의 마케터라며 기업 마케터들은 적어도 싸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5호(10월 15일자) 기고문을 통해 제시한 강남스타일 성공 요인을 요약한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마음 울림의 마케팅
요즘 마케팅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내는 공감 마케팅을 할 것인가이다. 과거 마케팅은 단순히 고객 욕구를 충족(satisfy a need)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의 마음을 때려 반향을 불러내는(strike a nerve) 두드림과 마음 울림의 마케팅이 성공 키워드다.
싸이는 이런 측면에서 훌륭한 모델이다. 싸이는 시대정신(zeitgeist)과 대중문화(pop culture)에 정확히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인들이 경제적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에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말춤, 오빤 강남스타일과 같은 강렬한 후크(짧고 매력적인 반복 후렴구), 1분에 120회 반복돼 가벼운 운동을 할 때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리듬을 제공하는 비트 등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보편적 코드를 활용해 공감을 얻어냈다.
현대 마케팅에선 차별화(differentiation)를 넘어 소비자의 공감(resonance)을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다. 싸이는 전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정서와 문화를 정확히 이해했다. 이런 배경에는 진정성(authenticity)이 자리 잡고 있다. 싸이는 어려서부터 남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끊임없이 관찰했다고 한다.
얼마 전 있었던 그의 라이브 공연 THE 흠뻑 쇼에서는 6집 앨범(강남스타일은 싸이의 6집 앨범 타이틀곡이다)의 성공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사재를 털어 자신의 앨범을 3만 관객 모두에게 돌렸다고 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앨범을 머리 위로 들고 전 세계인들을 바라보면서 함께 노래 부르도록 하는 독특한 장면도 연출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줬다.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의 철학과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방적으로 우리 상품이 좋다고 강압적으로 알리는 푸시(push) 마케팅은 지나간 시대의 기법이다. 이제 가식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선도자(tastemaker)로서 싸이가 가진 본능적 직관도 진정성을 갖고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며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싸이의 성공 요인을 쪼개서 살펴보는 것, 즉 분석()한다는 게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마케터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같은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략은 마치 비빔밥 같아서 여러 요소를 단순히 모으더라도 전체를 만들지 못한다. 싸이의 성공에 비빔밥적 요소가 있다면 아마도 팬들의 행복을 위한 그의 마음자세와 철학이 아닐까. 마케터들은 싸이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시간을 두고 묵묵히 자신만의 철학을 실천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참여와 소통, 개방의 코드
싸이의 말춤과 노랫말,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누구라도 쉽게 모방하거나 패러디할 수 있었다. 스타일에 새로운 말만 앞에 붙이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패러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실제 유튜브에는 대구스타일을 시작으로 홍대스타일 경찰스타일 등 수많은 패러디와 리액션 영상물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패러디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인들과 공유함으로써 강남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했다.
싸이는 이처럼 고객 참여를 통한 공동 브랜딩, 소비자 간 연대감 고취, 디지털을 활용한 자기표현이라는 새 시대의 기본 정신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은 저작권이나 특허 등을 중시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마케팅은 고객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참여를 이끌어내는 개방적 자세를 요구한다.
싸이의 성공 뒤에는 공감과 참여라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 원칙이 집약돼 있다. 싸이는 그의 노랫말처럼 정말 뭘 좀 아는 놈인 것 같다.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방실 smi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