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네일숍 루미가넷에서 근무하는 하지환 씨(29)는 2년차 네일 아티스트다. 5년 전 취미 삼아 네일 관리를 처음 배울 때만 해도 이 분야에는 남성이 드물었다. 직접 고객의 손을 잡아야 하고 페디큐어(발 관리)를 위해 발을 만지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성 고객들이 낯설어했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여성 고객 가운데 섬세하면서 힘이 센 남성 직원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 하 씨에 따르면 직원 10명 중 남자가 3명꼴일 정도로 남성 네일 아티스트가 몇 년 새 부쩍 늘었다.
네일숍 화장품매장 택배에도 미남경제 도래
네일숍과 화장품매장 등 여성 직원이 대부분이던 영역에 남성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여성 고객이 많은 분식점이나 커피전문점, 레스토랑도 미남 직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신세계백화점의 전국 10개 점포 화장품매장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은 지난해 79명에서 올해 92명으로 늘었다. 백화점 측은 특히 매출 비중이 높은 강남점의 화장품매장에 남성 직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화장품 브랜드인 빌리프 매장에 근무하는 한 남성 판매원은 여성의 말에 공감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니까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군대 간 아들을 둔 어떤 고객에겐 군복무 경험을 들려주며 단골로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들도 남성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미혼 직장인 이진영 씨(31)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화장 스타일을 권하기 때문에 훨씬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심리적 감정 속임에 약하다는 점을 관련 업계에서 활용한다고 분석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여성은 머릿속으로는 미남 직원이 팔기 위해 친절히 대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오해할 확률이 남성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드라마 속 꽃미남은 이미지만 있는 것이지만 실제 소비에서는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에 관계가 직접적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3월 롯데백화점이 연 프리미엄 온라인몰 엘롯데는 배송직원을 뽑을 때 외모를 감안했다. 최근 강력범죄가 이어지며 여성 고객들이 훈남형 외모를 가진 직원을 덜 위협적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점이 작용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외모도 서비스라고 생각해 채용기준에 적잖이 반영했다고 전했다.
외모도 서비스다
현대백화점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현대백화점 꽃미남이라는 제목으로 미남 직원의 정보를 올리고 있다. 직원의 신상정보에 대한 퀴즈를 내는 이벤트를 벌이는데 회원이 1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있다.
외식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디자이너 곽현주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테이블스타에는 런웨이 무대에 서는 현직 남성 모델과 연기자가 직접 음식을 나른다. 가로수길 상권의 고객 대부분이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커피전문점인 스탠딩커피와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국대떡볶이도 건장한 젊은 남성 직원을 내세웠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가부장적이던 한국 남성들이 얼굴을 팔아 취업을 하거나 인정받는 세태를 자연스럽게 여기고 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