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지난해 말 퇴임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최대의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스스로 10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3년 8개월간 사업을 진두지휘한 그는 하천 준설을 통해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들고 홍수와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수자원 관리가 이뤄졌다고 자랑했다.
17일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만점에 가깝다는 심 본부장의 호언장담()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4대강의 주요 시설물인 16개 보()에 대한 감사 결과 보의 내구성과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불합리한 관리로 수질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준설로 유지관리 비용이 28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조 원이 투입된 대형 국책 사업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관리 감독의 빈틈이 벌어지고 부실의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4대강 추진사업본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부실감사라고 반박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도 어제 보 안전과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한다. 4대강 사업 감사결과를 부풀려서도 안 되고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정부 당국은 감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설계, 수질, 유지보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낱낱이 재점검하고 철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전국에 저수량 6억2000만 t의 거대한 물그릇 기능을 하는 보를 설치해 200년 빈도의 홍수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까지 대비하는 건국 이후 최대의 치수() 사업이다. 한반도는 지형적 특성으로 강수량이 집중된 여름철에 홍수 피해를 입고 봄에는 강이 말라 가뭄에 시달린다. 물은 중요한 수자원이다. 홍수와 물 부족에 대비해 물그릇을 키우고 물길을 정비하는 사업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태풍과 호우가 잦았던 지난해 홍수 피해가 예년보다 줄었던 것도 4대강 사업의 덕을 본 것이다. 사업 추진 과정의 부실은 시정해야 하지만 치수 사업 자체의 의미와 필요성까지 부인하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감에서 16개 보를 다 뜯어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알고 있다.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부실을 털어내는 보완책과 함께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후속사업도 긴요하다. 4대강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침식과 재()퇴적과 같은 부작용을 피하려면 지류 지천의 수질 개선 사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