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현직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간첩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명단과 이들의 구체적인 동향이 통째로 북한에 넘겨진 정황도 포착돼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정보원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과 한국 정착 상황, 생활환경 등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으로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모 씨(33)를 구속해 수사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국정원은 유 씨가 수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뒤 달아나려 하자 11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부 소속 간첩들이 위장 탈북했다가 국정원 합동심문센터 심문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간첩활동 중 검거된 경우는 있었지만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검거된 것은 처음이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2004년 혼자서 탈북한 유 씨는 함경북도 청진의대를 졸업한 뒤 1년간 외과 의사를 한 엘리트였다. 밀수를 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독재정권의 폐쇄성이 북한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게 유 씨가 밝힌 탈북 이유였다. 탈북 후 명문 사립대에서 중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고 유창한 영어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다. 가족은 북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1년 6월 탈북자 대상 서울시 특별전형에 2년 계약직으로 합격해 최근까지 1만여 명의 서울 거주 탈북자 지원 업무를 전담해 왔다. 주 2, 3회 탈북자 가정을 방문해 면담하고 탈북자 전화상담을 하는 업무여서 탈북자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유 씨가 간첩활동을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지원을 했는지와 보위부의 지령을 받아 탈북자 정보를 북한 쪽에 넘긴 과정 등을 수사 중이다. 특히 북한에 넘긴 정보의 내용과 유출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유 씨는 탈북 이후 중국을 거쳐 여러 차례 북한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국정원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경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지성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