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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캐나다 합창단의 애국가 선물

Posted March. 19, 2013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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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17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런던 시의 버드와이저가든스 경기장. 김연아 선수가 출전한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캐나다 여성들이 있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우승국 국가()를 합창하기로 한 런던의 아마빌레 여성합창단(Amabile Womens Choir) 단원들이었다. 김 선수가 20점 차 이상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하자 이들은 우리 애국가가 적힌 악보를 들고 서둘러 무대로 향했다.

캐나다 런던은 영국 런던과 동명이시(). 인구 47만 명으로 캐나다에서 열 번째로 큰 도시다. 200여 개의 공원이 있을 정도로 자연경관이 뛰어나 숲의 도시로 불리며 세계 수준의 극장을 보유한 예술도시이기도 하다. 아마빌레 합창단은 이곳에서 1985년 결성됐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있는 런던 남녀 주민 300명이 오디션을 거쳐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성화가 런던에 도착했을 때 환영 공연을 했으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마빌레는 음악용어로 우아하고 사랑스럽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세계로 생중계되는 시상식의 라이브 공연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다른 나라 국가를 그 나라 말로 부르기도 어렵거니와 41개국 참가 선수 중 누가 시상대에 오를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1월부터 맹훈련에 돌입한 아마빌레 합창단은 한국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등 우승 후보국으로 대상을 좁혀가며 최종 리허설을 준비했다. 앵무새처럼 흉내만 내서는 노래의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리사 매크라켄 아마빌레 합창단 매니저는 노래에 깔린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가사를 번역해 공부하고 현지어에 능통한 교수 등을 찾아가 배웠다고 말했다. 연습을 덜한 국가의 선수가 우승할 경우에는 녹음한 음악을 트는 대안도 준비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덩해물과 백두산이.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아마빌레 합창단원 50명이 우아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자 담담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섰던 김연아 선수도 이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처음에는 녹음한 음악인줄 알았다. 전광판을 통해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직접 부르는 걸 보고 놀랐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합창단 홈페이지에는 감사와 감동을 전하는 한국인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만국공용어인 음악으로 선수와 관중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준 아마빌레 합창단원은 이번 대회의 숨은 주인공이었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다. 다음엔 어떤 깜짝 스타가 빙판과 경기장에서 관중의 마음을 뜨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박 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