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중꺾었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우선주 발행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벌인 힘겨루기에서 승리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 주에서 6000만 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정관 변경안이 상정돼 찬성 67.35%, 기권반대무효 32.65%로 통과됐다.

2011년 주총에서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안을 부결시켰던 현대중공업은 이날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번엔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대엘리베이터(23.9%)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3.4%) 등 최대주주 우호 지분은 47%, 현대중공업 측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합쳐 21.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KCC, 현대백화점, 현대건설 등 범()현대가의 표까지 모은다면 만만치 않은 싸움이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주총 전날인 21일 우선주를 제3자에게 발행하게 되면 기존 주주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반대표 몰이에 나섰다. KCC와 현대백화점 등이 현대중공업에 동조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7.16%)과 현대산업개발(1.3%) 등이 기권하면서 3분의 1을 넘기지 못했다. 이날 현대건설이 기권한 것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정관 변경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게 돼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상선은 주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중공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현대중공업은 투자 목적으로 현대상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효진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