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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쪘네? 무슨 일 있었어?

Posted July. 20, 201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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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30대 초반 여성들이 뷔페식당에 모였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친구에게 누군가 던진 말이 떠들썩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오랜만이야. 그런데 살쪘네? 무슨 일 있었어?

살을 무슨 일로 연결시키는 사고방식은 남성들에게는 낯설다.

여성들에게 살은 가장 쉬운 파악 방법이다. 모래 몇 줌의 무게만 찌거나 빠져도 여자들끼리는 척 보고 안다. 갑자기 살이 쪘다면, 그들의 해석으로는 무슨 일이 생긴 것임에 틀림없다.

핀란드 직업건강연구소가 3055세 여성 230명의 라이프스타일을 1년여에 걸쳐 분석해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그들 가운데 22%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감정적 식사(emotional eating)에 빠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적 식사란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분노 또는 스트레스로 인한 허기 때문에 눈앞의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먹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불러들이는 허기는 몸이 아닌 마음의 허기다. 식욕 조절을 담당하는 중추는 이성 뇌가 아닌 감성 뇌(시상하부)에 있다.

마음 고픔에 민감한 상당수의 여성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먹는다. 일이 힘들어 먹고, 괴롭히는 상사 때문에 화가 나서 먹고,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다 먹고, 그런 자기 모습에 실망해서 또 먹는다. 외로워서 먹는다.

마음 고픔은 악순환을 불러온다. 스트레스가 코르티솔과 인슐린을 분비시키면 그것이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불러온다. 스트레스성 식욕은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찾도록 충동질해 몸에 더 많은 지방이 쌓이도록 한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췌장에게 인슐린을 계속 분비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다시 식욕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뇌는 몸에 지속적으로 지방이 쌓여야만 비로소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 이는 오랜 진화의 결과다. 우리의 뇌는 몸에 지방을 충분히 쌓아놓아야, 먹을 것이 떨어져도 당분간 버틸 수 있다며 안심 모드에 돌입하는 것이다.

두툼한 허리 살이 비만의 지표인 동시에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잣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들끼리 살쪘네?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묻는 데는 그만한 경험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먹는 행위는 최고의 즐거움이자 이야깃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으면서도 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딜레마다.

상식적으로는 동시에 달성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그런 불가능을 깨는 것이야말로 모두의 선망 대상이 되는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