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헌장과 성배, 그리고 예수.
미국 힙합 음악계를 떠받치는 두 개의 머리, 제이지(Jay-Z본명 숀 코리 카터44)와 카니에 웨스트(36)가 최근 낸 새 앨범으로 음악계 게임의 룰을 깨고 있다. 제이지의 11집 마그나 카르타 홀리 그레일(성배)과 웨스트의 6집 이저스.
둘은 새 앨범으로 다시 맞서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2011년 공동 앨범 와치 더 스론(빌보드 앨범차트 1위, 빌보드 어워드 7개 부문 후보)으로 옥좌를 나눠가졌던 두 사람이다. 승자는 하나일까.
맥시멀리즘, 미니멀리즘
각각 4년과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래퍼의 신보가 품은 것은 힙합의 허세와 당돌함, 그 이상이다.
이번 주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른 마그나 카르타는 발매 전에 밀리언셀러에 오른 세계 음악사 초유의 앨범이다. 삼성이 앨범 발매 3일 전 갤럭시 사용자에게 독점 선공개하기 위해 마그나 카르타의 디지털 음반을 100만 장 입도선매했기 때문이다. 빌보드는 이 판매량을 순위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제이지는 무난히 차트 정상을 밟았다. 앨범은 영국 윌트셔의 솔즈베리 대성당에 있는 대헌장의 원본 4부 중 1부 옆에 전시 중이기도 하다.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이미 밟고 내려온(이번 주 6위) 이저스는 앨범 표지도, 속지도 없다. 얼핏 보면 빈 CD처럼 보인다. 이저스는 웨스트의 별칭 이지(Yeezy)와 예수(Jesus)를 합성한 말. 3번 곡 제목(아이 앰 어 갓난 신이다) 옆에는 신이 참여했다(feat. God)고 표기하기도 했다. 다프트 펑크, 프랭크 오션을 참여시킨 음악에선 굵은 입자의 소리 알갱이가 버석대며 서로 부딪치는, 매우 낯선 형태의 미니멀리즘을 내세웠다.
브루클린-비욘세, 시카고-카대시언.
제이지와 웨스트는 여러 면에서 닮았고 서로 닿아 있지만 다르다.
제이지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마약을 팔며 불우하게 성장했지만 뛰어난 랩 기술과 작사 능력, 사업 수완으로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웨스트는 애틀랜타의 사업가-교수 부모 가정에서 태어났다. 시카고에서 남부럽잖게 자랐고 얼리샤 키스, 재닛 잭슨, 제이지의 곡을 만드는 작편곡 프로듀서로 힙합계의 브레인 역할을 하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야전에 뛰어들었다.
제이지는 웨스트의 프로듀서 능력을 이용했고 웨스트는 제이지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왔다. 웨스트는 힙합 역사의 완벽한 걸작으로 불리는 제이지의 더 블루프린트(2001년) 프로듀서로 조명을 받았다.
개인사도 묘하게 맞서 있다. 제이지는 2008년 팝스타 비욘세와 결혼했고 작년에 딸 블루 아이비 카터의 아빠가 됐다. 미혼인 웨스트는 작년부터 교제한 TV 스타 킴 카대시언과의 사이에서 올해 6월 딸 노스 노리 웨스트를 낳았다.
다시 갈라진 옥좌
대중음악평론가 강일권, 김봉현 씨는 현재 랩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로 제이지와 웨스트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지만 신작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강일권 평론가는 제이지는 성장 배경인 거리와 맞닿은 험한 소재를 기발한 각운과 은유, 상징에 담아내는 랩 솜씨로 힙합 역사에 손꼽힐 정도이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이번 앨범은 웨스트의 승리라고 했다. 김봉현 평론가는 10년 이상 정상을 지킨 제이지와 천양지차였던 웨스트는 끝없는 노력 끝에 동급이 됐다. 지난 앨범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판타지에서 맥시멀리즘(화려하고 과장된 형태의 예술적 경향)의 극치를 보여줬지만 신작에선 지나치게 실험의 길로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