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29일 독일 나치 정권의 헌법 무력화 수법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이날 민간연구소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 주최로 도쿄()에서 열린 월례연구회 강연에서 헌법개정과 관련해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바뀌었다.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이사장은 대표적인 극우 여성 논객인 사쿠라이 요시코() 씨가 맡고 있다.
1919년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 원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현대 헌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933년 총리가 된 아돌프 히틀러가 수권법()을 제정해 의회와 별도로 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력화됐다. 그 뒤로 나치의 독재와 유대인 학살이 이어졌다.
이런 발언은 일본에서도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대다수 일본 언론은 아소 부총리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거나 단신으로 처리했다. 이날 발언을 돌출성 발언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아소 부총리는 이날 호헌을 외치면 평화가 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개헌을 했다고 해서 이 세상이 원만하게 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개헌의 목적은 국가의 안전과 안녕으로 (개헌은)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크게 소란스러운 가운데 결정하고 싶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뭔지 정확히 여론을 파악한 뒤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협 등 일본이 처한 위기 상황을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가운데 큰 반대 없이 자연스럽게 개헌하고 싶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소 부총리는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에게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면서도 조용히 참배하면 된다. 꼭 전쟁에 패한 날에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아베 신조() 총리나 각료들이 815 참배는 피하되 다른 날에 참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9월에 결정되는 도쿄의 2020년 올림픽 유치 여부를 앞두고 주변국과의 소란을 피하자는 인식이 아베 내각의 최근 기류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소 부총리는 4월 야스쿠니 신사 춘계 제사 때 참배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윤병세 외교장관의 방일 일정 취소 등으로 강력히 반발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