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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구멍 메워 금융실명제 보완해야

Posted August. 08, 20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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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를 이용한 저축은행 비리가 2006년 이후 6조754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에 차명계좌를 이용한 저축은행 비리는 적발된 것만 2383건이나 됐다. 저축은행이 이 정도면 규모가 훨씬 큰 은행, 보험사 등에는 수십조 원의 차명계좌가 있을 것이다.

최근 탈세와 해외 재산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비자금 관리에 수백 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가족은 재산을 숨기기 위해 노숙자의 이름까지 사용했다. 2011년 태광그룹 수사에서는 무려 7000여 개의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비자금 조성, 자금 세탁, 편법 증여나 상속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특별관리하는 차명 재산만 2011년 기준 3만1502건, 4조7344억 원에 이른다.

12일이면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지 만 20년이 된다.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동해 전격 시행한 금융실명제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부패 고리를 끊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성공에만 자족하지 말고 이제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허점을 보완할 때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계좌를 개설할 때 금융회사가 실명()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이를 어겨도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이름을 빌려준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범법 행위를 막으려면 차명계좌 주인과 차명인, 금융회사에 대한 벌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9월 국회를 앞두고 금융실명제를 강화하는 여러 개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실제 주인이 나타나도 반환 청구를 못하게 하는 법안, 차명 거래에 대해 형사처벌과 함께 과징금을 부여하는 법안 등이다.

일부에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거나 금융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차명계좌 전면금지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서민들이 5000만원 예금보장 한도가 넘어 가족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거나, 동창회 종친회 총무가 자기 이름으로 회비를 관리하는 경우 등이다. 차명을 금지하면 현찰을 사용하는 등 금융범죄가 더 은밀해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점들까지 포함해 법안을 다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