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보증기금이 지난 5년간 이곳 출신 퇴직자가 차린 회사들에 130억 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 상당수는 부채 비율이 높고 적자 규모도 컸지만 회사당 지원 규모는 기보 평균에 비해 40% 이상 많았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 지원에 쓰여야 할 정책자금 일부가 전관예우 성격의 특혜 지원으로 새 나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23일 기보로부터 받은 퇴직자 기술보증 지원 현황에 따르면 기보는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기업 34곳에 2008년 이후 올 9월까지 132억3400만 원어치의 보증서를 발급해 줬다. 회사당 3억8900만 원의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이는 기보 보증을 받은 전체 기업의 평균 보증액(2억6800만 원)보다 45%나 많은 규모다.
보증서를 받은 기업 상당수는 재무구조 등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보 팀장 출신 A 씨가 2011년 설립한 모 기업의 경우 자본금이 2억 원에 불과한데도 2년 사이 자본금의 2배가 넘는 4억5000만 원 규모의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설립 이후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고 부채비율이 2920%에 달했지만 올 들어 다시 보증서를 받았다.
바이오 업체 B사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부채비율이 780%에 이르렀지만 3억9800만 원의 보증을 받았다. 또 다른 기업 C사는 부채비율이 287%나 됐지만, 2009년 이후 4차례에 걸쳐 27억3700만 원의 보증을 얻어 냈다. 업체 평균 보증액의 10배가 넘는 보증을 한 업체에 몰아준 것이다.
기술 수준도 썩 훌륭한 편이 못 됐다. 기보는 보증을 의뢰하는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해 AAAD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맞는 보증서를 내준다. 34개 업체 가운데 A등급 이상의 기술평가 등급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중간을 밑도는 CCC등급 이하 회사도 4개 업체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자 기업에 나간 지원 중 상당액은 부실로 판명됐다. 34개 업체 중 대출금을 3회 이상 제때 갚지 못해 사고 기업으로 지정된 업체는 6곳에 달했다. 이들에 대한 보증액은 20억2300만 원으로 34개 업체 보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사고율)이 15.3%였다. 기보 측은 일반적으로 사고율이 5% 안팎이라고 밝혔다. 사고 기업이 갚지 못한 빚은 기보가 보증한 범위 내에서 대신 갚아야 한다.
김 의원은 퇴직자들이 차린 회사에 과다하게 많은 지원을 몰아주는 것은 일종의 전관예우성 특혜라고 볼 수 있다며 기술 평가 및 보증 심사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지켰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보는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 보증서를 내주는 공공기관으로 1989년 설립됐다. 기업들은 이 보증서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