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지붕이 무너진 내린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목숨을 잃은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이 아프다. 총학생회의 선배들은 캠퍼스를 놓아두고 폭설 속에 꼭 신입생들을 끌고 산속의 리조트까지 꼭 가서 오리엔테이션을 해야 했던 것인가. 대학생들이 어느 정도 대학에 적응하고 나면 이런 무리한 행사에 안갈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은 무작정 따라갔을 것이다.
교수와 대학 선배가 학교의 건학 이념과 전통을 신입생에게 소개하고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안내해주는 오리엔테이션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대학 오리엔테이션을 고등학생 때를 벗고 대학생임을 자각하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오리엔테이션이나 신입생 환영회를 기업의 수련시설이나 리조트를 빌려 거창하게 벌이는 관행이 생겨났다. 2009년 신입생환영회에서 술을 마신 신입생이 추락해 사망한 곳도 스키 리조트였다.
그동안 신입생 환영회의 골칫거리는 음주였다. 지난해 2월에도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이 음주 도중에 쓰러져 사망했다. 같은 달 충남 보령의 한 콘도에서 열린 다른 환영회에서도 재학생이 술을 마신 뒤 실족해 숨졌다. 이후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지만 이벤트성 행사는 여전하다. 부산외대의 경우 음주 사고는 아니었지만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행사에는 교통 화재 붕괴 등과 같은 안전사고가 뒤따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과 총학생회가 오리엔테이션과 신입생 환영회를 공동 주관하는 것도 비정상이다. 신입생에 대한 학교생활 안내는 의당 학교가 할 일이다. 미국 대학에서도 가혹한 신고식 때문에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가끔 일어나지만 개별 동아리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일이지, 학생회가 연계되는 일은 없다. 전체 학생이 버스를 대절해 외부 시설로 이동해 가수를 불러 떠들썩하게 지내는 행사에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은 맞지 않는다. 독재정권 시절의 유물으로 남은 총학생회의 월권과 반()지성이 문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