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남부의 하버드대로 불리는 대표적인 명문대인 듀크대 여학생이 비싼 학비를 벌기 위해 포르노 영화에 출연해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CNN의 간판 토크쇼인 피어스 모건 투나잇에는 듀크대 1학년생 벨 녹스 씨(19)가 나왔다. 웬만한 유명 인사도 나오기 어려운 이 프로그램에 그가 나온 이유는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듀크대 남학생이 인터넷에 음란영화에 출연하는 우리 학교 여학생이 있다는 글을 올린 이후다.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자 듀크대 학보는 2월 이 여학생을 찾아 인터뷰했다. 가명으로 인터뷰한 녹스 씨는 6만 달러(약 6400만 원)의 학비를 벌기 위해 오로라라는 이름의 포르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찍고 나니 상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밀려왔다. 스릴과 자유, 힘을 안겨줬다며 포르노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솔직하면서도 도발적인 인터뷰가 나간 뒤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결국 녹스 씨는 지난주 인터넷에 스스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당당하게 세상에 나섰다. CNN에 출연해서는 음란물에 대한 이중잣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가 포르노물이다. 사회가 나를 소비하면서 비난을 퍼붓는 것은 지극히 위선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듀크대 여론은 크게 갈렸다. 학교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비난도 일고 있지만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녹스 씨가 남학생들에게서 살해 협박을 받는다며 고충을 토론하자 누리꾼들은 녹스 씨의 정체를 처음 폭로한 듀크대 남학생이 토머스 배글리라는 공대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리꾼들은 또 그가 음란물을 인터넷에서 내려받는 데 한 달에 1000달러를 지출한다는 비밀을 추가 폭로했고 배글리 씨는 결국 내가 한 짓을 후회한다고 사과했다.
녹스 신드롬을 두고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녹스 씨가 명문대 재학생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처럼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여성 학대와 성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