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수석비서관 9명 중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람은 이정현 홍보수석과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2명뿐이다. 공약 이행을 강조해 온 대통령이지만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 대통령과 오랫동안 공약을 연구해 온 참모들은 한 명도 청와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역대 정권은 집권 초 대선 참모 중심으로 대통령비서진을 꾸려 국정철학과 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하다가 집권 후반기엔 관료들을 배치해 안정적으로 청와대를 운영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박 대통령은 역대 정권과 달리 집권 초부터 관료 출신 위주로 수석들을 꾸렸다. 부처와 긴밀한 협조를 하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이들은 취임 초 창조경제, 기초연금 등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또 내각과 함께 청와대 수석마저 소속 부처 관료 출신들로 꾸려지다 보니 청와대와 부처의 역할이 겹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정적으로 청와대가 운영되기는 하지만 부처를 독려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국정기획수석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청와대는 내각과 달리 대통령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사람이 포진되어야 한다며 특히 집권 초에는 청와대가 관료들이 하기 싫어하는 개혁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소속된 부처가 싫어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관료가 청와대에 많은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청와대 참모가 없다는 점은 대통령에게 직언할 만큼 신뢰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64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도 세월호 사고 수습에서 우왕좌왕한 책임을 면하기 힘든 데다 내각만 인적 개편을 하고 청와대는 그대로 갈 경우 국가 개조 의지 역시 빛이 바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에 국정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할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어 대통령 혼자 정책을 챙기고 다른 참모는 시키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정책사령탑 역할을 하기에는 경제를 비롯한 실무 경험이 적다. 두 사람 역시 대선공약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 중 대통령만큼 국정과제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없으니 대통령에게 건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정책실장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으며 현 체제로 갈 경우 비서실장에 현 정부의 정책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국회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비정치인 출신 대신 소장파와도 소통이 되는 다선 의원 출신을 정무수석에 앉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 정부 들어 신설된 미래전략수석도 창조경제의 비전을 보여주는 적극적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