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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깎아내린 포스코 신용등급

Posted June. 17, 20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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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국내 신용평가회사가 포스코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아래로 떨어뜨린 것은 1994년 이후 20년만이다. AAA 등급을 줬던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앞으로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포스코에 매기는 신용 등급은 훨씬 짜다. 국내보다 78단계 아래다. 무디스는 Baa2,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BBB+, 피치는 BBB로 평가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국내 신용평가 회사들이 한국 기업에 점수를 후하게 준 측면도 없지 않을 듯 하다. 그럼에도 한기평의 이번 조정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한기평은 철강시장 둔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포스코의 수익성이 낮아져 등급을 낮췄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한신평도 대규모 투자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으나 투자효과 창출이 지연돼 재무안전성 회복이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부진 속에서도 공장 증설과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외형 확장에 몰두한 바람에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배경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 리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민영화한 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의 전리품으로 여겨졌다. 정권 핵심 실세들이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간여했다. 전임 MB 정부에선 영포라인으로 불리는 특정 지역 인사들이 포스코 안팎에서 설쳤다. 시재금이 부족해 철강 원료인 석탄 살 돈마저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더구나 본업이 어려운 마당에 인수 합병을 통해 계열사를 46개로 늘렸으니 국제경쟁력이 쌓일 리 만무하다.

금융가에선 역시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도 조만간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KT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빈번했다. 최고경영자가 좋은 회사 만들 궁리는 않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재무리스크가 그만큼 커진다.

박근혜 정부 들어 포스코와 KT에 각각 내부 출신인 권오준 씨와 정보기술(IT) 전문가인 황창규 씨가 수장()에 오른 것은 정권이 두 기업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었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첫 단추에 불과하다. 한국 간판기업으로 재도약하려면 정치권 입김부터 차단해야 한다.